[복지 百年大計] "주요 복지제도는 대부분 보수가 만든 것"

우리나라 의료보험 도입의 산파 역할을 한 김종인<사진> 전 보사부장관은 최근 복지 논쟁과 관련, "주요 복지제도는 대부분 보수세력이 만든 것"이라며 "역사를 보면 진보는 '복지는 아편'이라고 거부하고 보수의 어젠다(의제)였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유럽에선 보수세력이 사회 안정을 위해 복지정책을 시작했다"면서 "1881년 첫 사회보장제도인 의료보험을 내놓은 독일의 비스마르크도 보수였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베버리지 플랜을 만든 것도 영국 보수당 처칠 수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보수 정권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 직장인의료보험(1977년)을 도입하는 등 사회보장제도의 기반을 닦았다"며 "사실 진보 정권들은 뚜렷이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이어 "의보 도입 당시 경제 관료조차 재정에 부담을 주는 데다 보험료를 뗄 경우 근로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박 대통령만 중요성을 이해해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 때 긴급조치 3호(1974년·저소득층 세금 경감)가 80년대 중산층을 육성하는 토대 역할을 했다"고도 했다.

김 전 장관은 "복지는 자기 능력에 맞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복지 해서 망한 나라는 없다"며 "시장은 분배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그것을 해결하는 게 복지제도이며, 복지는 경제정책의 중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따라서 복지는 논쟁의 대상일 수 없고, 다만 저출산과 양극화 문제는 복지문제가 아닌 핵심 경제정책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보육과 급식문제는 저출산 문제 해결 차원에서 복지 논쟁에서 떼어내 나라에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무상복지 논란에 대해선 "여야가 말싸움하지 말고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복지 프로그램을 내놓고 국민들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행 세제에는 비과세 감면제도가 많고 각종 보조금도 여전하다"며 "증세를 말하기 전에 이런 것부터 예산을 구조조정하면 복지 재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