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百年大計] 양극화에 고령화… 국민 3분의 2가 '삶의 위기감'

우리나라 곳곳에서 '복지 욕구'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빈곤층은 얇아진 지갑과 무섭게 치솟는 물가에 고통을 호소하며 정부를 향해 "빵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매년 47만명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들은 "일자리를 달라"하고, 베이비붐 세대는 더 살아야 할 '수십년에 대한 복지'를 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는 65세 이상 노인 536만명을 새로운 '복지 수요자군(群)으로 몰아넣고 있다.

성장통과도 같은 국민의 '복지 욕구'를 정치권이 이용하면서 복지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은 '3+1(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이라는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걸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해 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중산층을 포함하는 소득 하위 70%까지를 복지정책의 대상으로 삼고 각종 혜택을 확대하는 '소득 70%' 복지론을 내걸고 맞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복지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서울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을 강행하는 시교육청과 이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을 받는 서울시가 대립하고 있다. 왜, 지금 상황에서 '복지 욕구'가 분출하는 것일까.

①양극화 심화

근본적으론 대기업 중심의 성장 모델이 지속되면서 '대기업은 더 커지고, 중소기업은 더 영세해지는'양극화에서 복지 욕구가 비롯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자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크지 못하면서 박봉(薄俸)의 직장인과 실직자들의 복지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진 사람이 늘고 있다.

②삶의 질에 대한 욕구

국민소득이 2만달러 정도에 이르면서 삶의 질(質)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대 구인회 교수는 "그동안 복지정책이 빈곤층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중산층까지 노령·고용·의료·주거·교육 등의 복지정책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③고령화로 불안감 커져

급속한 고령화 진행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 복지 욕구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세대 이규식 교수는 "저성장 구조가 정착하면서 젊은 층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중산층도 고용 불안과 노년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 복지 욕구를 분출시키고 있다"고 했다.

④정보화도 복지 욕구 키워

글로벌화와 IT 발달로 정보량이 많아지면서 우리 국민들이 서유럽 등 복지 선진국 수준의 혜택을 기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이 파고들면서 복지 욕구를 증폭시키고 있다. 조성진 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정치인들이 너무 기준 없이 복지를 얘기하니까 열심히 일해온 보통사람들까지 '이러다 나만 손해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식이 퍼지면서 복지 욕구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