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계 거목 추억하려 '허공(虛空: 한병삼의 호)에 띄운 그리움'

"올해 한병삼 선생님은 77세 희수(喜壽)입니다. 살아계신다면 말이죠. 2001년 3월 4일,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셨으니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4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 고(故) 한병삼<사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10주기를 맞아 추모 회고집 '허공에 띄운 편지' 헌정식이 열렸다. '허공(虛空)'은 고인의 호이기도 하다.

고 한병삼 관장은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국립박물관에 첫발을 디딘 후 국립경주박물관장·학예연구실장을 거쳐 1985년부터 8년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냈다. 퇴임 뒤에는 동국대 석좌교수로 있다가 급서했다.

회고집 발간은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의 제안에 따라 작년 2월 시작됐다.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 조유전 경기도박물관장 등 26명의 지인과 후배들이 고인을 회고했다. 일본에서도 고인과 절친했던 교토 다치바나대학 이노쿠마 가네카쓰 명예교수 등 10명이 참여했다.

그래서 고고학계 거목이자 문화재계 큰 어른이던 그에 얽힌 일화가 가득하다. "큰 형님 같은 한병삼 선생님, 박물관에 위기가 올 때마다 생각나던 선생님은 항상 나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습니다."(강우방) "1990년대 초에 내가 발굴하고 있던 미사리 주거지 1호를 보고 대뜸 하시던 말씀, '배형, 큰 거 한 건 했어!' 그리고 '허허허!'였다. 이제 나도 선생의 그때 나이가 되고 나니 선생의 목소리가 더 그립다."(배기동 한양대 교수)….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은 한 선생과 김원룡(1922~1993) 선생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철교 난간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던 비화를 공개했다. "가슴에 시커먼 멍 자국이 안전벨트 모양으로 나 있었다. 두 분이 큰 사고라도 나셨다면 어쩔 뻔했을까? 한국 고고학계가 크나큰 손실을 입을 뻔했다. 지금쯤 두 분이 하늘나라에서 옛 이야기 나누며 한잔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