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대한민국의 가장 평균적인 복지 수준을 볼 수 있는 도시'는 경기도 화성시이다. 화성시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지방자치단체 복지 평가에서 총 250여개 단체 중 딱 중간을 차지했다.화성시는 여러 면에서 대한민국 복지 모습의 축소판이다. 도(都)·농(農) 간 복지 격차, 계층 간의 복지 갈등 등 우리나라 복지가 안고 있는 여러 불균형(不均衡) 문제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경기도 화성시 능동에 가면 한국 최초의 선진국형 종합복지시설인 '나래울 복지타운'이 있다. 총 494억원을 들인 6층 규모의 초현대식 건물이다. 노인·장애인·어린이를 위한 각종 복지시설과 시민을 위한 도서관, 문화센터, 체력단련장, 목욕탕이 있다.인근엔 원격 진료시스템을 갖춘 화성시의 명물 '동탄보건지소'도 있다.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 과목에 첨단 의료 영상 전송장치도 갖췄다. 시설 투자비로만 22억원이 들었다. 나래울과 동탄보건지소는 동탄신도시 내에 들어서 있다.지역 주민의 상당수가 인근 삼성전자와 LG전자 공장에서 일하는 30~40대의 젊은 중산층과 서울에서 이주해온 노년층이다.차를 타고 서남쪽으로 20여분 가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공장과 아파트의 모습이 사라지고 논밭이 펼쳐지면서 농촌지역이 나온다. 화성의 서쪽 지역 주민들은 농민이 대부분이고, 65세 고령자 비율이 14~22%에 달한다.하지만 이 지역에는 복지시설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 화성시 송산면 주민 김모(43)씨는 관절염을 앓는 어머니(72)의 치료와 아들(11)의 학원 교습 때문에 10㎞ 정도 떨어진 화성시청 인근까지 오간다. 그는 "근처의 보건진료소나 학원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높아진 우리 눈높이에 어울리는 의료·교육 서비스를 받으려면 멀리 나가야 한다"고 했다.화성시에서는 정부 복지정책에 대한 빈곤층과 중산층의 불만이 다르다는 점도 찾아볼 수 있다. 동탄보건지소에선 가끔 30~40대 중산층 주민과 보건소 직원 간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지소에 설치된 최신식(最新式) 운동기기를 무료로 이용하게 해달라는 요구 때문이다.한상녕 지소장은 "'세금 꼬박꼬박 내는 내가 왜 보건소 시설을 마음대로 못 쓰느냐'고 따질 때면 참 난감하다"고 했다.빈곤층은 서비스의 질(質)을 이야기한다. 남양면에 사는 신모(51)씨는 "어떤 보건의들은 병의 원인이나 증상에 대해 물으면 잘 대꾸도 안 해준다"면서 "'돈 없다고 무시하나' 싶어 서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