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百年大計] 복지충족(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보육지원) 28위, 국민행복(여가시간, 자살률, 평균수명, 행복도) 29위… 최하위권

한국이 '종합복지지수'에서 OECD 30개국 중 26위를 기록한 것은 5개 평가 부문 중 '복지충족지수'와 '국민행복지수'가 최하위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부의 복지정책에 불만이 많고, 그런 요인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복지 체감 온도가 매우 낮은 셈이다.

28위에 머문 복지충족지표는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건강보험 보장률, 고용보험 보장률, 보육지원율, 장애급여 보장률, 국가투명도, 공공사회복지지출비율 등 7개 세부 지표를 토대로 평가했는데, 이 중 보육지원율(15위)과 공적연금 소득대체율(15위) 지표에서만 비교적 순위가 나았다. 건강보험 보장률(27위) 등 다른 지표들은 하위권이었다.

이런 결과는 한국이 전형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복지를 위한 국민 부담이 적고, 그 때문에 복지 수준도 낮은 구조이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7%로 30개국 중 22위로 낮은 편이다. 보건복지 분야 지출액은 2007년 61조4000억원에서 올해 86조4000억원으로 40% 급증했다. 복지예산 규모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GDP·국내총생산에서 공공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5%로 29위였다. 국민이 실제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도를 나타내는 국민행복지표도 꼴찌에서 두 번째(29위)로 낮았다. 이 지표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 중 평균수명만 19위(79.8세)였고 '자신의 삶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뜻하는 주관적 행복도는 25위(10점 만점에 5.7점), 자살률·출산율·여가시간은 맨 꼴찌였다. 여가시간은 1위 노르웨이보다 연간 1000시간 이상 적었다.

반면 우리나라 경제·재정 지표는 상위권에 속했다. 재정지표(4위)는 상위권이었고, 경제활력도 높게 평가됐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재정 지표만으론 안심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국민의 복지욕구가 커지면 재정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OECD 30개국 중 6위를 기록한 국가부채비율은 1997년 10%에서 2009년 32.6%까지 늘어왔고, 조세부담률 역시 1972년 12.5%에서 2008년 26.5%로 계속 증가했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에 0.7%까지 떨어지고, 임금에서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8%에서 2030년 38%까지 늘어날 전망이다(한국개발연구원).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믿음은 신화에 불과하다"며 "고령화 속도·복지제도 성숙과 맞물려 복지 지출이 자동적으로 늘어날 텐데 새로운 복지제도까지 도입하면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