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高 교장 변신한 노우섭 前 감사원 사무총장 "비리 파헤치던 시절에도 '예술' 찾아다녔어요"

"한 나라의 국격은 문화·예술 수준에 좌우된다고 생각해요. 뒤늦은 도전이지만 학생들이 끼와 열정을 맘껏 발산하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습니다."

노우섭(盧宇燮·69) 전 감사원 사무총장(차관급)이 이달 들어 대전예술고등학교 교장으로 변신했다. 공직자 비리를 파헤치던 감사 전문가가 예고 교장이 됐으니 의외지만, 그는 평소 오페라를 즐기고 외국 갈 기회가 생기면 박물관과 각종 공연을 두루 찾던 '예술 마니아'라고 한다.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그는 행정고시(5회)를 거쳐 감사원 국장, 사무총장, 감사위원을 역임했다. 공직 퇴직 후엔 7년간 삼성카드 상근감사위원(부사장급)을 지냈다. "공직자가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다가 예고를 맡았으니 특이하게 보이겠죠. 하지만 저로선 '교사'라는 어릴 적 꿈을 이뤄 정말 행복합니다. 독일어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집안에서 법대에 가라며 강하게 반대했었거든요."

노 교장은 요즘 출근길이 가슴 설렌다고 했다. 아침 일찍부터 학교 실습실에서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는 학생들의 열정에 홀딱 반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고 교장은 좀 어색하지 않으냐"고 재차 묻자, "문제는 자리가 아니라 인생관과 가치 판단"이라며 "김현옥 전 서울시장도 퇴직 후에 김해의 어느 중학교 교장을 맡은 적이 있지 않으냐"고 했다.

노우섭 교장은 "조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시키는 게 내 주특기 아니냐"며 "학생들이 꿈을 더 크게 키우도록 학교가 잘 도와줄 수 있게 힘을 보태 최고의 예술인 양성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