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춤추는 러시아·에너지 펀드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5달러를 웃돌며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배럴당 90달러 초·중반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 증시가 고유가에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고유가 덕에 수익률이 좋아지는 펀드들도 있다. 지역별로는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고,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관련 펀드 수익률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가 급등에 산유국 러시아 '대박'

다른 나라 증시가 조정 양상을 겪던 지난 한 주간 러시아 증시는 6% 이상 급등했다. 국제 유가 상승이 호재로 여겨지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펀드 수익률도 높아졌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 평균(4일 기준)은 최근 1개월간 0.61%에 그친 데 반해, 러시아주식 펀드는 이 기간 4.57%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로 보면 수익률은 5.81%에 달한다.

러시아주식 펀드의 1개월 성적을 보면 미래에셋맵스인멕스로러시아(주식)종류C-e가 7.33%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KB러시아대표성장주(주식)A는 전체 러시아주식 펀드 평균(4.57%)을 웃도는 6.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우리러시아익스플로러1[주식]ClassA1과 JP모간러시아(주식)A 등은 평균치를 살짝 밑돌았지만, 전체 해외 펀드 평균(0.61%)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았다.

◆원유 대신 대체에너지로

원유를 대체할 '대체에너지'에 투자하는 펀드도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이 3.03%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개별 펀드 대부분은 대체에너지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동안 대체에너지는 생산성이 떨어져 인기가 없었으나 유가가 100달러선을 넘으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자금 유입보다 유출이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 1월 들어서는 자금 유입이 116억원으로 많이 늘어났다. 2월에도 추가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면서 총 287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 순자산 10억원이 넘는 에너지 펀드 가운데 미래에셋맵스글로벌대체에너지인덱스(6.72%), 산은S&P글로벌대체에너지(6.23%), 알파에셋투모로우에너지(3.30%), 우리퓨쳐에너지(4.73%) 등 대체에너지 관련 펀드 수익률이 연초 대비 평균치를 웃도는 수익률을 보였다.

이는 유럽 주식펀드(2.17%)나 북미 주식펀드(4.77%) 수익률을 웃도는 것은 물론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높다. 이들 국가 펀드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압박과 고유가 부담으로 연초보다 4~11% 떨어졌다.

◆고유가 수혜 당분간 지속될 듯… 러시아 정치적 요인도 호재 가능성

국제 유가는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혜 펀드들의 수익률 호조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김용희 현대증권 팀장은 "중동·북아프리카의 정정불안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물가 상승에 따른 투기 수요가 맞물려 유가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며 "유가가 불안하게 움직이고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러시아·대체에너지 펀드가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펀드는 유가 급등 전부터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신흥국 중 저평가돼 있었기 때문에 추가로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러시아 내부적인 요인도 투자 전망을 밝게 한다. 김순영 IBK증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 증시에도 중·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