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大宮小宮

〈제8보〉(110~124)=프로바둑의 종반전은 언제 봐도 코끝이 찡할 만큼 장렬하다. 그들에게 대국(對局)이란 한 판 지고 난 뒤 잠시 씩씩거리다 잊어버리는 아마추어들과 달리 생존행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상금과 명예, 그리고 기사로서의 위상(位相)과 미래 가능성 등 모든 것이 승패와 직결된다. 형세가 기운 쪽이 막바지에 보이는 투혼은 기보(棋譜)만 봐선 상상도 못할 만큼 처절하다.

멍타이링의 호흡이 여전히 거칠다. 조금 전보다는 평온해졌지만 아직도 패배를 인정하는 낯빛은 아니다. 흑의 마지막 희망은 좌중앙 대마의 수(手)를 최대한 늘려 우중앙 백과 수상전을 겨뤄보는 것. ▲가 그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기로 유명한 쿵제는 116까지 하자는 대로 다 받아준다.

118의 파호(破戶)는 당연. 119로 참고1도 1에 잇는 것은 4까지, 이른바 대궁소궁(大宮小宮)으로 흑이 못 견딘다. 120으로 때려내니 흑은 불과 몇 수 안 된다. 124 때 비로소 돌을 거뒀다. 흑집도 전국적으로 꽤 되는 것 같지만 하변엔 참고2도의 맛이 남아 있다. 11 이후 A와 B가 맞보기. 파국(破局) 후의 짧은 정적(靜寂)이 대국장을 덮는다. 관전자마저 질식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