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칩거 끝… 내 소임은 공익 변론"

"담배는 마약이에요. 국민들을 담배의 폐해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게 공익(公益)이자 제 소신입니다."

작년 8월 법제처장에서 물러난 이석연(57) 변호사가 담배소송 무료 변론에 나선다. 지난달 서울고법에서 패소한 담배소송 원고들로선 든든한 우군(友軍)을 얻은 셈이다. 담배소송은 현재 폐암 환자 등 원고측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에 공개변론을 열어 줄 것을 요청해 직접 나설 계획"이라며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보호 의무 등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폐암과 흡연과의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KT&G의 불법행위는 부정하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인과관계는 인정한 만큼 대법원에서 가치중립적으로 판단해 준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제처장을 그만둔 뒤 6개월을 '은둔'하다가 지난 2일 법무법인 '서울'로 복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청구인들을 모아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을 이끌어 낸 뒤 '수도 서울을 지켰다'는 뜻으로 법무법인 이름을 지었다. 변호사 11명이 일하는 작은 법인이다.

그는 "요즘 하도 '전관예우(前官禮遇), 전관예우'하기에 나 스스로는 좀 깨보고 싶었다"며 "6개월 푹 쉬면서 지인들을 만나 돈 안 되는 공익소송을 구상했다"고 했다.

그동안 대형 로펌 여러 곳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공익소송은 제 인생의 소신이에요. 법제처장 하면서 열심히 계획을 세웠죠. 사무실 비용과 생활비만 그럭저럭 나오면 되지 않겠어요?"

그는 공익소송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또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를 찾아내 법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쳐나가려는 시도"라며 "변호사가 청구인을 모집하거나 직접 청구인이 돼 소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법제처장으로 일하면서 불편한 법령을 많이 고쳤지만 정부 안에서 일하는 데는 역시 한계가 있었어요. 이제 재야(在野)에서 중산층과 사회적 약자 등 보다 많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을 하고 싶어요." 담배소송 이후에는 예산 낭비를 체계적으로 감시하는 실용적인 시민운동을 펼치고 싶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