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은행권 PB 25명이 추천하는 올 유망상품_내 돈 '불리는' 법 세종대왕은 안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투자 시계(視界) '제로(0)'의 상태가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연 4%대로 낮은 가운데 주가는 2000선에서 조마조마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는 회복의 단초가 보이지 않는다. 예금·주식·부동산 모두 돈을 맡기기에 불안하다. 이에 창간 1주년을 맞은 고품격 머니섹션M은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 등 5대 시중은행의 대표 PB(프라이빗뱅커) 25명에게 '3월 이후 투자자가 나아갈 길'에 대해 물었다.

PB들은 "올 연말까지 여러 대내외 악재로 인해 투자환경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몰빵 투자'를 삼가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추천한 '올해 유망상품 7선(選)'과 '비추천상품 7선'에 대해 알아보자.

증시 '상저하고'… 악재 주의해야

PB들은 올 2분기(4~6월) 국내 증시가 대략 1900~2200포인트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답했다. 25명 중 절반가량인 12명이 저점(低點)이 1900일 것으로 예측했고, 11명은 고점을 2200으로 전망했다. 주가 최고치를 2400으로 가장 높게 잡은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은 "올해 증시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형태로, 대내외 악재가 조기에 정리된다면 4월 이후 올해 전 고점인 2115포인트를 넘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에 더해 최근 증시 하락으로 인한 저가 매수세 유입을 점치는 PB들이 많았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답한 PB를 포함해 대다수가 대내·외 악재의 폭발로 인한 증시의 변동 가능성을 경고했다. 올해 증시를 위협할 국내요인으로는 물가상승과 가계부채, 원화강세(환율 하락) 등이 꼽혔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물가안정과 가계부채 부담 경감 사이에서 정부가 금리정책을 놓고 뚜렷한 답이 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태길 국민은행 양재PB센터 팀장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과 관련한 저축은행 부실과 중소 건설회사의 불안정성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리비아 사태 장기화 등의 대외 요인은 더 큰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고 PB들은 지적했다. 박세용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 PB팀장은 "2008년 국제 유가가 150달러에 육박할 때 상황을 돌이켜 보면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급격한 부담을 안게 된다"고 했다. 김일환 신한은행 여의도PB센터 팀장은 "이번달에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집중돼 있다"며 "유럽 국가들의 재정 적자는 장기간에 걸쳐 세계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PB들은 'G2'(미국·중국)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경제운용 방향에 따라 국내 증시 투자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추가적인 양적완화(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을 때 돈을 푸는 것)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진국의 출구전략 여부를 유심하게 살펴보라고 했다. 중국이 최근 성장에서 분배로 정책방향을 전환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선 "중국의 국내 소비가 진작되고 산업 지원이 늘어나면서 우리 수출기업에 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원금보존형 ELS·ETF 유망"

그렇다면 이처럼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올해 어떤 투자전략을 가져야 할까. 머니섹션M은 PB들에게 '유망상품'과 '비추천 상품'을 꼽아달라고 해 이 결과를 '올해의 유망상품 7선'과 '올해의 비추상품 7선'으로 정리했다. PB 한명당 각각 3개 상품을 추천(또는 비추천) 받아 1순위(3점), 2순위(2점), 3순위(1점)의 순으로 점수를 취합했다. 결과는 국내 주식형펀드(48점)가 '유망 1순위'로 나타났다. 이어 원유·농산물·금 등에 투자하는 원자재펀드가 2위(33점), 대안투자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ETF(상장지수펀드)·ELD(지수연동예금)가 합계 29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해외 주식형펀드(17위), 해외채권형 펀드(7위) 등이 뒤를 이었다.

주식형펀드 투자에 대해 PB들은 "위험을 줄이고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분할매수'하라"고 입을 모았다. 개별종목보다는 가치주 등에 폭넓게 투자하는 펀드를 주로 권했다. 형태별로는 분할매수펀드와 함께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안정적인 곳으로 투자처를 바꾸는 '목표전환형 펀드'에 대한 추천이 많았다. 주식형 펀드 중 거치식 및 리버스형(지수의 반대 방향으로 수익률을 지급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비추상품'에 이름이 올랐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 중국, 미국을 제외하면 추천 수가 적었다.

특이한 점은 '추천 2위'에 오른 원자재펀드가 동시에 '비추천 상품'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각 투자 분야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라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의견과 "너무 많이 올라 위험하다"는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농산물·금이 위험하다는 의견이 특히 많았고 원유가 위험하다는 의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따라 PB들은 위험을 줄이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대안투자상품을 권했다. 10명 이상의 PB들이 원금보존형 ELS·ELF(주가연계펀드)를 활용해 연 10%대의 수익률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스텝다운형ELS'로 하락장에 대비하겠다는 PB도 3명 있었다. 만기가 긴 개별종목 ELS는 변동성 장세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비추상품 5위'에 선정됐다. 이밖에 3명은 '레버리지ETF'로 1.5~2배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만큼의 수익률 증대를 노려보겠다고 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위험채권에 투자하는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에 가입해 틈새시장을 노려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업은행 PB들은 연 4.5% 내외의 수익률을 주는 중금채(중소기업금융채권)를 정기예금 대안상품으로 추천했다.

◆“DTI 폐지 연장”… 부동산은 조심해야

오는 3월 말로 끝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한시 폐지 조치의 연장 여부에 대한 시중은행 PB들의 의견은 압도적인 ‘연장’이었다. 25명 중 22명이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백현학 우리은행 투체어스 서초센터 팀장은 “수요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자금수요까지 차단하면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건설, 금융 부문까지 침체가 전이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소수 의견으로 이정걸 국민은행 재테크팀장과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PB팀장은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부담이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DTI 규제 부활을 전망했다. 손남숙 국민은행 강남파이낸스PB센터 팀장은 “정부가 상환능력에 대한 기준을 구분하는 절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부동산에 대해선 역세권 소형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중심으로 임대소득을 노리되 신중하게 투자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일환 신한은행 팀장은 “서울은 반포·개포동의 저밀도 재건축 아파트와 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 호재지역, 제2롯데월드 건립지 주변, 용산 주변의 한강 조망 아파트 등 핵심지역 위주의 투자를 권한다”며 “경매는 최근 아파트 매물이 많이 나오는 일산 신도시 쪽을 조심스럽게 접근해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유보영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부장은 “오피스텔이나 대학가 근처 원룸을 통해 월세수익을 노려보는 전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