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서바이벌 게임

〈제1보〉(1~17)=리그보다는 토너먼트가 승부세계의 비정한 속성을 훨씬 더 실감 나게 전달한다. 패배 즉시 대진표에서 이름이 지워질 때의 모습은 전쟁터에서 삶을 마감하는 순간의 병사를 빼다 박았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보니 모든 판이 배수진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의 서바이벌 게임은 마지막 1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된다. 32명으로 출발해 이제 남은 인원은 단 2명. 이름하여 결승전이다. 최후의 1인은 둘 중 누구일까.

6의 마늘모는 과거 덤 없던 시절엔 발이 느려 백 쪽에서 기피했던 수. 덤이 커진 현대바둑에선 자주 등장한다. 7은 보통은 '가'에 전개하고 백이 '나'로 걸쳐가는 바둑이 많다. 결국 7과 8은 맞보기가 됐다.

흑9도 퍄오의 신중함을 보여주는 수. 참고도 1로 즉각 움직이는 것은 6까지,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 줄 가능성이 크다. 고수(高手) 바둑에서 곤마(困馬)를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10을 기다려 11로 걸쳐 15까지, 흑이 포석을 주도하고 있다. 16은 대치하고 있는 중앙점으로 두말할 것 없이 좋은 자리. 17도 이른바 '이 한 수'의 곳이다. 우하귀 백을 바짝 압박하면서 하변을 최대한 확장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17을 당한 뒤 쿵제의 손이 바로 나가지 않는다. 그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고민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