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8%↑… 현대車 제치고 시총(時總·시가총액) '2위'로

대규모 지진이 일본 자동차와 석유화학, 반도체 기업의 생산 시설을 파괴하자 일본 경쟁사인 국내 업체에 자금이 몰렸다. 국내 3대 정유 업체인 S-Oil과 SK이노베이션, GS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한국석유는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지진으로 일본 최대 정유업체인 JX닛폰오일과 미쓰비시화학, 미쓰이화학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코스모석유 이치하라 정유 공장에서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유 시설이 파괴돼 공급이 감소하고 재건 활동으로 철강과 정유 수요가 증가하면 국내 업체가 매출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자동차 기업과 엎치락뒤치락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던 도요타와 혼다, 닛산 공장은 14일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가 이 때문에 올랐다. 일본 반도체 공장이 멈춰서며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8.66%, 4.41%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부품 업체의 피해도 크기 때문에 복구가 지연될 경우 국내 업체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해운·여행·보험 급락

중동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본발(發) 충격까지 떠안게 됐다. 도이치증권은 "국내를 찾는 관광객의 34%가 일본 관광객(2010년 기준)이기 때문에 호텔과 레저 업종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계투어와 모두투어가 가격 제한폭까지 내렸고, 호텔신라와 파라다이스, GKL이 급락했다.

쓰나미로 일본 도호쿠 지역 내 항만이 폐쇄됐다는 소식에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STX조선해양이 크게 내렸다. 국내 조선업체는 일본에서 조선용 후판을 수입해 배를 건조한다.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생명과 삼성생명 등 보험주도 크게 하락했지만,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소폭 상승세로 마감했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Oil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대한항공은 52주 최저가로 떨어졌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휩쓴 3·11 대지진의 여파가 국내 시장으로 넘어오며 증시에서 업종 간 희비(喜悲)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정유·철강금속·자동차·반도체 상승

이날 포스코는 8.32% 상승하며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했다. UBS증권은 분석보고서를 통해 "지진 피해로 일본 철강 제품의 공급이 감소하면 아시아 시장에 공급이 줄어들어 한국 철강 업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매출이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간스탠리는 "일본이 지진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일본 내 철강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국내 철강 업체가 국제시장에서 일본의 철강공급을 다소 대체하고, 일본 내에도 철강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