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캘리포니아'가 울려퍼지자 70년대로 되돌아간 듯…

이들의 장엄한 비행은 세월을 연료 삼은 듯했다. 15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설적 록밴드 이글스(Eagles)의 첫 내한공연. 환갑을 넘긴 이들의 연주는 여유와 낭만이 넘쳤고 40년간 호흡을 맞춘 네 멤버의 절묘한 화음은 중장년 관객들 마음에 추억과 열정을 함께 불어넣었다. '독수리들'은 거대한 날개를 펴고 1만5000여명 관객 위를 떠다녔다.

저녁 8시, 무대가 갑자기 밝아지면서 일렬로 늘어선 멤버들이 웅장하게 첫 곡 '세븐 브리지스 로드(Seven Bridges Road)'를 합창하자 거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객석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음악에 청춘의 한 시절을 바쳤던 이들에겐 수십 년 기다림 끝에 이뤄진 만남이 눈물 핑 돌 정도로 감격적인 듯 했다. 글렌 프라이는 "안녕하세요, 서울, 식사하셨어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친근하게 관객을 맞았다. 공연 초반부는 28년 만에 나온 이들의 7집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 수록곡으로 채워졌다.

다소 낯선 선곡 때문에 차분해졌던 객석은 명곡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의 전주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오면서 열기를 토해냈다. 무대 뒤편에서 드럼을 치며 노래하는 돈 헨리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쳐지자 관객들은 잠시 손뼉을 치다 숨소리를 죽였다. 그의 노래를 한 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당차면서도 정감 넘치는 그 음성은 1976년 앨범 발표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조 월시와 글렌 프라이가 주고받는 구성진 기타 연주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공연에서는 '아이 캔트 텔 유 와이(I Can't Tell You Why)', '원 오브 디즈 나이츠(One of These Nights)', '위치 우먼(Witchy Woman)' 등 이들의 히트곡이 두루 연주됐다. 다만, 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를 얻었던 '새드 카페(Sad Cafe)'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워하는 팬도 있었다. 각자 개성 넘치는 음색을 지닌 네 멤버는 때로는 홀로 때로는 함께 마이크 앞에서 진실한 음성을 실어보냈고 관객은 그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열광했다. 여전히 감미로운 미성을 자랑하는 베이시스트 티모시 비 슈미트의 노래가 가장 돋보였다. 조 월시의 예리한 고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컨트리와 포크적 요소가 망라된 이들의 연주는 중장년 관객의 심박수를 결코 앞서가지 않으며 평온한 안식을 안겨줬다. 마지막 곡 '데스페라도(Desperado)'의 잔향이 발길을 붙잡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