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짜릿한 急所

〈제5보〉(50~59)=상대를 이기려면 상대보다 빠르고 정확한 수읽기가 필요하다. 특히 승부의 기로에서 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위기를 잘 벗어나면 기회가 찾아온다. 세상 모든 승부 종목에 공히 적용되는 원리다. 그런데 종종 바둑에선 완착(緩着)이 상대방에 전염되기도 한다. 상대의 느슨한 수를 응징할 기회인데 자신도 게걸음 치다 승기(勝機)를 날려버리는 경우다.

흑▲가 전보(前譜) 마지막 수. 이렇게 머뭇거릴 게 아니라 50자리 급소를 차지하며 직공했더라면 백은 꽤 고전했을 것이다. 여기서 백도 덩달아 50이란 완착으로 '화답'한다. 백은 참고도 1, 3으로 상 중앙을 삭감할 좋은 기회였다. 4에는 5로 비켜나면 된다. 1, 3의 후방 지원군이 놓인 상황에서 흑이 A로 공격하는 것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

52도 정밀하지 못했다. '가'로 물러나 받았어야 훗날 '나' 부근이 백에게 선수(先手)로 듣지 않는다. 이 차이는 컸다. 아무튼 53은 보는 이에게 전율을 느끼게 하는 짜릿한 급소. 그제야 56, 58로 중앙 삭감을 서둘렀으나 한 발짝 늦었다. 이제 흑은 '다'의 씌움이 제격이다. 모두가 그 수를 예상하고 있는데 11분 만에 59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