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 자취 더듬어 가는 길 붉게 빛날 봄을 기다린다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는 계절이다. 지난겨울은 100년 만의 추위라고 할 만큼 위세를 떨쳤는데 아직 미련이 남았는가 보다.

봄은 꽃을 통해 북상한다. 2월 초부터 복수초가 노란 꽃을 활짝 피워 봄 소식을 전한다. 그보다 더 빨리 피는 꽃이 있다. 동백꽃이다. 물론 추백·동백·춘백 등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겨울에도 자연 상태에서 꽃을 피우는 거의 유일한 나무다.

동백이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은 내륙에서는 지리산 화엄사 부근이고, 서쪽 해안은 충남 서산 정도이다. 섬으로는 대청도까지 올라가고 동쪽 해안은 울릉도가 끝이다.

여·행·수·첩

● 다산초당~백련사 동백숲길까지 약 2.1㎞의 길은 다산유배길의 한 부분이다. 총 61.5㎞에 이르는 다산유배길은 1코스 사색과 명상의 다산오솔길 15㎞, 2코스 시인의 마을길 13.4㎞, 3코스 그리움 짙은 녹색향기길 16.6㎞, 4코스 월출산 자락 기 충전길 16.5㎞ 등으로 연결돼 있다. 윤영선씨에게 문의(010-3604-0518)하면 전체 코스와 주변 상황을 설명들을 수 있다.

● 서울 출발 기준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천안논산고속도→호남고속도→무안광주고속도로를 거쳐 완도 방향으로 가는 길에 강진이 나온다. 강진읍에서 다산수련원으로 가면 된다. 서해안고속도로로 가면 약 70㎞ 더 길다.

고속버스는 호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서울↔강진까지 가는 버스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2시간 간격으로 하루 6차례 있다. 강진읍에서 내려 다산수련원까지 택시는 정액제로 1만원을 받는다. 미터기로는 1만1000원가량 나온다. 문의 개인택시조합 061-434-6161. 강진읍에서 다산수련원까지 군내버스가 하루 11회 운행한다.

● 출발지인 다산수련원(061-430-3786)에서 잘 수 있다. 사전 예약 필수. 비용은 2인 기준 1만8000원. 성인 추가 한 명당 5000원. 인근엔 다산명가(061-433-5555·010-4600-0083) 등이 있다.

● 강진에선 한정식과 넓은 개벌에서 잡히는 망둥어 요리가 별미다. 한정식은 명동식당(061-434-2147, 011-632-4167), 망둥어 요리는 동해회관(061-433-1180)이 유명하다.


봄철 먹거리가 넘쳐나는 '섬진강 미식기행'
임금님의 입맛을 사로잡은 강구항 영덕대게

우리나라의 동백숲은 대개 남쪽과 도서지방에 군락을 이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천연기념물 동백숲은 나주 송죽리 금사정(515호), 전남 광양(489호), 서산 마량리(169호), 고창 선운사(184호), 거제 학동리(233호), 강진 백련사(151호) 등 6군데다. 11월 초겨울 들어 남부 도서지방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동백은 4월 초 개화하는 내륙의 최북단 자생지 고창의 선운사 동백을 끝으로 이듬해를 기약한다.

북상하는 꽃의 속도는 하루 평균 22㎞. 가을 단풍의 하루 평균 남하 속도 25㎞와 비슷하다.

자연의 속도로 천천히 걸으며 다산의 자취를 더듬고, 아름다운 동백까지 감상할 수 있는 길이 바로 다산초당(사적 제107호)~백련사 동백숲길이다. 다산초당은 목민심서를 비롯한 다산의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곳이다. 그곳에서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대나무와 야생녹차, 편백나무, 삼나무, 소나무 등 녹색 일색이다. 한겨울에도 파릇파릇한 생동감이 넘친다.

이 길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문화부 지정 문화생태탐방로에선 '남도유배길'로, 산림청에선 '만덕산 숲탐방로'로, 제10회 한국의 아름다운 숲 대회에선 어울림상을 수상한 족보 있는 길이다. 이 밖에도 다산산책길, 다산마실길, 호남길 등 여러 리본이 나무에 붙어 있다.

출발은 다산초당 바로 아래 있는 다산수련원이나 백련산 어디에서 해도 상관없다. 다산유배길의 실무 책임을 맡은 윤영선(45)씨의 안내로 다산초당 바로 아래 있는 다산수련원에서 출발했다.

다산수련원 오른쪽으로 두충나무가 운치 있게 죽죽 뻗어 있다. 그 사이로 '다산산책길'이란 조그만 이정표를 보고 걷는 기분이 예사롭지 않다. 약재로 쓰이는 흰 두충나무가 가로수로 거듭나 분위기를 더했다.

이어 시인 정호승씨가 '뿌리의 길'이라고 명명한 '시와 길'이 나온다. 시가 있는 길인 셈이다. 정말 뿌리가 길을 덮고 있는 형국이다. 아름답다 못해 신기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잔인한 아름다운' 길은 다산초당으로 연결된다. 다산초당엔 다산의 영정이 커다랗게 걸려 있다. 곳곳에 다산의 정취가 묻어 있다. 다산초당에서 강진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대나무와 야생녹차, 편백, 삼나무 군락을 지나 백련사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만덕산 정상 깃대봉으로 향하는 길이 왼쪽으로 나있다. 백련사 가는 길은 직진이다. 길 주변에 있는 야생녹차는 지난겨울의 추위를 대변하는 듯 잎들이 냉해에 걸려 아직 새순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윽고 천연기념물 제151호 백련사 동백숲이다. 5.2㏊의 면적에 수천 그루의 동백나무가 대형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백꽃은 통째로 떨어진다. 북풍의 매서운 겨울일수록 꽃의 빛깔은 염염히 타오르는 '붉은 사랑의 꽃'으로 묘사된다. 동백이란 이름은 꽃이 피어서 100일, 통째로 떨어져 100일이라고 해서 붙여졌다고도 한다.

그러나 웬걸 한창 만개해야 할 동백꽃들이 드문드문 피어 있다. 그 아름다운 검붉은 꽃들이 지난겨울의 혹한에 꽃을 피우다 전부 얼어버렸다. 동백꽃 수정을 돕는 조매화 동박새가 "찌드렁~ 찌드렁" 우는 소리도 간혹 들릴 뿐이다. 안타깝다.

최근 날씨가 조금씩 풀리면서 꽃망울을 맺고 있다. 윤영선씨는 "아마 4월이면 만개한 동백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잔인한 4월이 오기 전 잔인한 아름다움이 주는 숲길을 찾아 다산의 유적과 동백숲을 만끽하며 봄을 맞는 것도 생의 한 기쁨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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