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큰 병원 갈 때 약값 두 배 인상 추진

앞으로 감기 같은 가벼운 병 때문에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을 찾는 사람에겐 약값을 지금보다 두 배로 받는 방안이 추진된다. 반면 의원(醫院·1차 진료기관)의 진료비는 10% 낮아질 전망이다.

환자들이 1차 진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응급실 등을 통해 곧바로 대형병원을 찾는 현상이 뚜렷해지자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대책을 17일 발표했다. 가벼운 외래 치료는 의원(1차 의료기관)에서, 입원 치료는 일반 병원(2차)에서, 중병 치료는 대형 종합병원(3차)에서 받도록 의료비 격차도 크게 키우겠다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다.

가벼운 병으로 대형병원을 찾는 외래환자의 약제비를 현행 30%에서 50~60%로 대폭 올리고, 오는 10월부터 도입되는 선택 의원제(일종의 주치의 제도)에 참여하는 환자는 본인 부담률을 기존 30%에서 20%로 10% 포인트 정도 낮추는 방안이 18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지금도 대형병원 외래에서 내야 하는 진찰료는 의원보다 2배 이상 비싼데, 약값까지 2배로 벌어지면 대형 종합병원과 의원 간의 비용 차이는 더 커진다. 예컨대 의원에서 진료비 4000원, 약값 3000원이 나오는 감기 환자(초진 기준)가 대형 종합병원 가정의학과에 가면 지금은 진료비 1만6000원에 약값 3000원을 합쳐 약 1만9000원을 내지만, 약값이 2배가 되면 2만2000원 이상을 내야 한다.

정부는 이 밖에 상반기 중 1·2·3차 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표준안을 고시(告示)할 방침이다. 감기 환자의 치료는 가능한 1차 의료기관만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의원은 불필요한 입원실을 줄이고 외래(外來) 환자에 주력하고, 대형 종합병원은 중병 환자 치료·진료와 의학 교육 및 연구 중심센터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방침이다. 또 일반 병원은 지역의 거점 병원으로 역할이 개편되거나 척추전문병원, 항문전문병원과 같이 전문 병원으로 분화하는 것을 권장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을 1·2·3차로 나누는 현행 제도 역시 병원 규모에 따라 역할을 구분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1차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과 '혹시 큰 병이 아닐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대형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이 지불한 진료비 중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37.3%에서 2009년 31.3%로 줄어든 반면, 대형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9.8%에서 21.8%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대형병원의 전체 진료비 중 외래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에서 34.7%로 크게 올랐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픈 사람들이 대형 종합병원으로 몰리면서 정작 급한 중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동네 의원이나 병원은 경영난을 겪는 등 문제가 많았다"면서 "이번 방안을 통해 국민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의료 체계를 효율적으로 뜯어 고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