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② 매물폭탄 재발대책 아직도 미시행

도이치뱅크의 매물폭탄 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관련 대책 6가지를 서둘러 내놨으나 시행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가장 문제가 됐던 사후증거금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사후증거금 제도는 도이치 쇼크의 화를 더 키웠다. 결제 불이행 위험이 있지만 손실 한도 이상의 포지션을 구축해 놓고 미청산 수량 만큼의 증거금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 화 키운 사후증거금제도
 
그동안 증권사 등 일부 기관들은 사후증거금 제도를 이용해 이득을 취해왔다. 파생상품 거래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결제이행을 위한 담보가 필요하다. 이에따라 회원사 및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 시장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보유포지션에 해당하는 액수의 금전 등을 징수한다. 거래 상대방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증거금제도인 것이다.
 
그런데 이 증거금은 납부시기에 따라 주문 제출 전에 납부하는 '사전증거금'과 거래 후에 납부하는 '사후증거금'으로 구분된다.

일반 투자자들은 사전증거금을 내는데, 기관 투자자는 사후증거금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기관 투자자들은 사후증거금을 통해 옵션만기일이 다가올수록 막대한 매도 포지션을 구축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 매물폭탄 대책에서 정부는 기관투자자가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업자, 집합투자기구, 연기금 등 유형요건과 자산총액 5000억원(운용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자산규모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사후위탁증거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예외조항을 달았다. 거래소 회원의 리스크 관리부서에서 사후위탁증거금을 적용하더라도 결제리스크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 매물폭탄 방지대책 아직도 미시행

이번 매물폭탄 사건은 옵션 만기일 장 마감 직전 10분 사이에 벌어졌다. 지금까지는 이때 대규모 매물이 나와도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프로그램 사전신고제도(선샤인제도)의 맹점 이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만기일 단일가 매매시간 중 프로그램 호가를 제출하려면 장 종료 15분 전(오후 2시 45분)까지 거래소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어디선가 대규모 호가를 신고해 시장 충격이 예상돼도 다른 회원들은 이미 신고한 대로만 호가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한국거래소는 만기일 사전 신고 때 접수된 프로그램 매수와 매도 금액 간 불균형이 클 때 상대편 호가를 추가로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금융당국도 만기일 종가에 한해 임의종료제도를 완화했다. 이 제도는 특정 종목의 잠정 시가나 종가가 예상 체결 가격과 크게 벌어질 때 호가 접수 시간을 연장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시가(종가)와 예상 체결 가격이 5% 이상 벌어질 때 발동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이 기준을 ‘3% 이상’으로 낮췄다.

하지만 도이치뱅크의 매물폭탄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이 제도들은 아직까지 시작조차 안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가 세운 대책에 문제가 많다”며 “금융당국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