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수품 50년 축하 미사… "50년 前 사제품 받은 그 감격, 오늘도…"

"인생의 뜻을 찾아 헤매던 철부지를 주님께서 제자로 부르시어 존엄한 사제직에 올려 주셨습니다. 지난 50년을 생각하면 보잘것없는 저에게 과분한 은총을 주셨음에 감격할 뿐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의 사제 수품(受品) 50주년 '금경축(金慶祝)'을 맞아 18일 명동성당에서 사제 300여명과 신자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 미사와 축하식이 열렸다.

정 추기경은 "50년 전 오늘, 감히 과분한 사제품을 받고서 감격에 넘쳤을 때의 각오를 명심하며 평생을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지난주 금요일 큰 재난을 당한 일본 국민에게 하루속히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하느님께서 위로와 희망을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축하 메시지에서 정 추기경을 '나의 존경하는 형제'라며 '그대와 서울대교구·평양교구의 사랑하는 모든 신자들과 사제들에게 사도적 축복을 내린다'고 했다. 이어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장관 이반 디아스 추기경,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등 교계 인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도 전달됐다.

강우일 주교는 "보통 사제들은 한 가지씩 사는 낙이 있는데, 추기경님은 참 50년 동안 무슨 낙으로 사셨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추기경님의 유일한 취미는 '방콕(방에만 머무르는 것을 일컫는 은어)'이었다"고 말해 근엄한 분위기였던 성당 안에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강 주교는 "추기경님은 모두가 잠든 새벽 3시쯤이면 일어나 홀로 책 쓰기에 매진하셔서 그동안 저서 36권과 번역서 13권을 내셨다. 올해 또 책을 내시면 50년 사제생활 동안 매년 한 권을 내신 셈이 되는데, 이런 경건하고 부지런한 어른을 가진 것은 한국 천주교회에 다시 없을 축복"이라고 했다.

금경축 미사가 끝난 뒤 열린 축하식에서는 올해 사제품을 받은 사제들이 정 추기경에게 화환을 선물했다.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안병철 신부는 추기경의 50년 발자취를 담은 화보집을 영적 예물로 증정했다.

정 추기경은 1961년 3월 18일 명동성당에서 노기남 대주교의 주례로 사제품을 받았다. 당시 외아들은 신학교 입학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아들이 사제의 뜻을 세운 것을 알고 홀어머니가 대주교를 찾아가 입학을 허락받은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