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3·11 일본 대지진) 쓴 詩에 곡 붙여… “내가 너를 안아줄게”

가수 김창완이 18일 서울 홍대앞 브이(V)홀에서 일본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자선콘서트를 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넛, 박기영 같은 후배 가수들이 개런티를 받지 않고 동참했다. 수익금 전액을 일본 대지진 구호 성금으로 낼 예정이다.

김씨는 무대에 올라 "일본인들의 고통을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밖으로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본 국민을 위로하고, 안으로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우리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공연 마지막 순서로 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직접 쓴 시에 곡을 붙인 노래 '와이 온 어스(Why On Earth)'를 불렀다. "땅은 말이 없이 저기 누워 있고/바다도 말이 없이 저기 철썩인다…흐르는 눈물 닦아주는 손 없다/친구야 내가 너를 안아줄게."

김씨는 기자와 만나 "정말 미치겠더군요. 사람들은 죽고 없는데, 땅과 바다는 저리도 잠잠하니…"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재난은) 고통스럽지만 소중한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는 것이 긍정적인 해결법"이라고 했다. "재난이라는 것은 언젠가 또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에선 2005년부터 김창완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씨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진 발생 당시 도쿄에 사는 어머니와 통화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그는 "(가족이) 힘들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인들의 정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고 했다.

300명이 넘는 관객 대부분은 평소 홍대앞 인디 문화를 즐기는 20대들이었다. 경기 부천에서 온 이수란(28)씨는 "트위터를 통해 공연 소식을 알게 됐다"며 "좋아하는 밴드도 보고 지진 피해를 당한 일본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오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