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1964~현재… DJ 1호 최동욱

"상업광고 없이 비영리·무보수로 드리는 헌신의 방송, 라디오서울코리아입니다."

오늘도 최동욱(75)씨는 오전 8시 정각 방송을 시작한다. 인터넷 사이트 '라디오서울코리아(www.radioseoulkorea.com)'를 통한 인터넷 방송이다. 스튜디오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건너편 한 건물 지하 1층에 있다. 33㎡(10평) 남짓한 스튜디오 옆에 침실과 부엌이 딸려 있다. 집이자 방송국이다. 아침이면 옆방 격인 스튜디오로 '출근'해 정오까지 4시간 동안 생방송을 진행한다. 이 생방송을 녹음해 정오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5번 더 재방송한다. 이 방송은 2005년 5월 1일부터 6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DJ 최동욱'이 존재한 것은 내 방송을 들어준 청취자들 덕분입니다. 그분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혜를 이렇게나마 갚아보자는 것이죠."

최씨는 '한국 제1호 DJ'이다. 60년대 그는 한 라디오방송의 PD이자 DJ로 '탑튠쇼'와 '세시의 다이얼'을 진행하며 연예인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가 처음 마이크 앞에 앉은 1964년은 DJ라는 직업 자체가 없었고 아나운서들이 마이크를 독점하던 시절이다. 고려대 재학 때부터 '세시봉', '디쉐네' 등 종로와 명동 일대의 음악감상실에서 DJ(그땐 '플레이어'라고 불렸다)로 일했던 그는 음악 지식이 부족한 아나운서들의 진행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나운서가 노래를 소개하면서 '아니말스의 하우스 오브 더 리징 선입니다' 하는 거예요. '애니멀스(Animals)'의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House of The Rising Sun)'을 제대로 못 읽는 거죠. 화가 치밀어서 '이 방송 안 한다'고 녹음테이프를 내동댕이쳤죠."

녹음이 중단되자 방송국에 난리가 났고, "그럼 어떻게 할 거냐"는 상사의 질책에 "내가 직접 하겠다"며 그가 스튜디오에 앉은 것이 '한국 최초의 DJ' 탄생이었다.

최씨는 해박한 음악 지식과 정제된 말투로 큰 인기를 끌었다. 90년까지 TBC와 KBS, 평화방송을 거치며 방송을 하던 그는 이후 미국 LA로 이주, '라디오서울'에서 DJ를 계속하다 2003년 귀국했다.

"회원이 40만명쯤 됩니다. 청취자 수는 하루 평균 2000명 정도지요. 국내 접속자가 80%쯤 되고 나머지는 해외, 특히 LA 교포들이 많습니다." 이 방송에 매월 150만원가량이 소요된다. 인터넷 서버호스팅 비용과 전용회선 비용, 전기료를 비롯한 시설 유지비다. 그러나 광고도 없고 부가사업도 없어 매출은 '0'이다.

"수입은 없지만 내가 용돈을 줄이고 근검절약하며 삽니다. 방송에 쓰는 돈을 내 용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지하실의 독거노인' 넋두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스튜디오를 보면 전혀 생각이 달라진다. 완벽한 방송장비와 1만여장에 이르는 CD 컬렉션을 갖춘 그의 스튜디오는 어떤 방송사 시설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요즘 팝 음악 프로그램이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서 독특한 설명을 했다. "방송을 그냥 '취직'으로 생각하고 사명감이 없어서 그래요. 가요를 틀어야 PD한테 뭔가 생기는 게 있는데 누가 아무것도 안 생기는 팝송을 틀려고 하겠어요."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뒤 딱 한 번 미국에 다녀오느라고 사흘치를 녹음방송한 것 외에 늘 생방송을 해왔다는 그는 "앞으로 15년은 더 방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