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외로운 頂上

〈제7보〉(72~88)=LG배 결승에 들어갈 무렵 쿵제의 국내외 전적은 1승8패. '세계 3관왕'에게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만인의 표적이 돼 혼자 발가벗은 채 싸워야 한다. 깐깐한 도전자들에게 한두 판 지다 보면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상상도 못할 만큼 커진다고 한다. 국가원수들이 뼈저리게 느낀다는 정상(頂上)의 고독함은 승부 세계 1인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일까.

72가 이 바둑의 1차 패착으로 규정됐다. '죄목'은 형세 판단 미스. 무려 19분이나 뜸을 들이고도 사태를 오판(誤判)했다는 건 이즈음 쿵제가 상당한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참고도 백1이 정답이었다. 9까지 진행됐다면 여전히 미세한 '반집 다툼'이 계속됐으리란 결론.

73이 20집에 달하는 큰 곳이어서 팽팽하던 균형이 깨지고 저울 추가 흑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72가 온 뒤에도 하변에서 단 몇 집이나마 자투리 흑집이 생길 것이란 점이 포인트. 백도 80까지 상중앙을 최대한으로 완성했지만 '미세 열세'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87는 백 '가'를 예방한 수. 여기서 놓인 88이 백의 추격 무드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