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校 후배들 가슴에 엄마는 아들을 묻고…

"아직도 저 방에서 우리 도규가 '엄마' 하고 부르면서 휠체어를 타고 나올 것 같네요."

21일 서울 문정동 집에서 만난 김혜란(58·주부)씨는 거실에 놓인 아들의 사진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김씨의 아들 오도규(29·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졸업)씨는 지난 1월 숨졌다.

"장애인 아들을 키워보니 장애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도움이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죠.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아들이 힘겹게 졸업한 학교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씨 가족은 지난달 아들 모교인 서울대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아들의 친구들과 지인들이 건넨 조의금이다. 서울대는 장애 학생을 위한 '오도규 장학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오씨는 태어날 때 심장 판막에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의사가 "평생 아무 이상 없이 살 수 있다"고 할 만큼 건강했다.

자라면서 두 차례 심장 판막 교정 수술을 받긴 했지만 키 183㎝ 몸무게 82㎏의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2001년 서울대에 입학해 스키부에서 강사를 맡기도 했다.

불행은 갑자기 왔다. 2002년 6월 세 번째 심장 수술을 받다 문제가 생겼다. 6시간 정도 걸린다던 수술은 15시간 만에 끝났고, 그는 중환자실에서 한 달 만에 의식을 찾았다. 하반신이 마비돼 걸을 수 없었다.

재활치료에 매달린 오씨는 휠체어를 탄 채 2005년 복학했다. 어머니 김씨가 아들을 승용차에 태우고 등·하교를 시켰다. "화장실 이용이 불편해 차 뒷좌석에서 대소변을 받아냈죠. 학기당 2~3과목을 들으며 학교와 병원을 오갔죠." 5년 동안 휴학 없이 학교에 다닌 오씨는 작년 8월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 후 오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렸다. 물리학자의 꿈을 접고 택한 길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이상 고열(高熱)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에서 뇌출혈로 숨졌다.

김씨 집엔 아직 아들 흔적이 가득했다. 오씨의 방 출입문과 문턱엔 휠체어가 긁고 지나간 자국이 선명했다. 거실 사진 앞엔 "목이 마르다"며 물을 자주 마시던 아들을 생각해 어머니 김씨가 매일 세 번씩 갈아주는 물컵도 여전히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