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에 영화 있었네

요즘 할리우드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동화책이다. 동화를 어른들이 볼 만한 영화로 속속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에서 17일 개봉한 '비스틀리'와 '레드 라이딩 후드'는 각각 동화 '미녀와 야수'와 '빨간 망토'를 각색한 것이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제작되고 있는 '헨젤과 그레텔'은 주인공 남매가 어른이 된 이후 자신들을 잡아먹으려 했던 마녀를 찾아나선다는 얘기로 내용이 바뀌었다. 동화 '잭과 콩나무'는 '엑스맨'을 만들었던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을 맡고 '싱글맨' 등에 출연한 니콜라스 홀트와 스탠리 투치, 빌 나이가 주연을 맡을 예정이다.

고전 중의 고전인 '백설공주'는 세 편의 영화로 동시에 만들어진다. 한 편에선 '귀여운 여인' 줄리아 로버츠가 못된 왕비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또 다른 백설공주에서는 '트와일라잇'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백설공주 역을, 샤를리즈 테론이 그녀를 괴롭히는 왕비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 나머지 한 편은 디즈니가 만드는 영화로 무술을 하는 일곱 난쟁이가 등장한다. 할리우드가 왜 이처럼 동화에 빠진 것일까.

미국 연예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지난해 팀 버튼이 연출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흥행 성공을 꼽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1260억원) 이상 벌어들인 최고 흥행작으로 손꼽힌다. 처음에는 '애들이나 보는 영화'라는 이유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 영화가 예상 밖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동화가 '할리우드의 새로운 금맥(金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동화 원작의 장점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얘기'라는 것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레드 라이딩 후드를 연출한 캐서린 하드윅 감독은 "제작자나 감독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한다"며 "그래서 베스트셀러를 서로 영화로 만들려 한다"고 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이야기의 뼈대로 남겨두면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도 동화만이 가진 매력이다. 동화 속에 들어 있는 판타지나 액션 요소, 성적(性的) 상징을 영화적 요소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화 원작이 공짜라는 건 제작자들에게 '결정적인' 매력 중 하나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작가 스테파니 메이어는 책 한 권이 영화로 만들어질 때마다 저작권료로 700만달러(약 79억원) 이상을 가져간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영화로 만들어도 작가인 안데르센에게 저작권료를 줄 필요가 없다.

물론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고 좋은 영화가 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다른 작품보다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비스틀리는 밋밋한 연출과 평균 이하의 연기 때문에 20년 전 만들어진 디즈니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보다도 긴장감이 떨어진다. 레드 라이딩 후드는 중세의 매혹적인 어두움과 원작 동화의 성적 은유를 어중간하게 표현하려다가 말았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