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玉碎의 길

〈제9보〉(102~106)=퍄오는 "한국 팬들의 성원에 감사하며, 같은 조선족 또는 한국인에게 친근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유망한 조선족 후배가 나타나면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나는 중국인이자 중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강조했다. 혈관 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자신이 '박문요'일 수는 없다는 선언일까. 한국 팬들로선 그가 우리 말을 거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좀 아쉽다.

흑▲는 얄미운 수. 잠시 들여다보던 백이 102로 후퇴한다. 참고1도 1, 3으로 발끈했다간 수가 나기 때문. 6 이하 10까지의 좋은 수순을 거쳐 18에 이르면 백의 파탄이다. 이런 가벼운 잽을 성공시킬 때의 쾌감은 경험자만이 안다. 퍄오의 손길이 더욱 가벼워졌다.

뒤이어 105란 결정타가 터졌다. 106은 참고2도 1이 정수지만 8까지 진행돼선 끝이라고 보고 반발한 옥쇄 수단. 그렇다면 흑은 어딘가로 단수칠 차례인데 끊을 곳은 '가'와 '나' 두 곳이다. 어디가 정답일까. 이 대목에서 백은 주어진 3시간이 바닥났다. 흑의 남은 시간은 약 40분. 건곤일척의 마지막 기싸움이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