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車 유지비가 하이브리드車보다 아직은 10% 덜 들어

휘발유 가격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가정마다 차량 기름값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럴 때 어떤 차종을 고르는 게 고유가 시대를 넘기는 현명한 방법일까.

지난주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46.3원. 기름값이 이 수준을 유지한다면 쏘나타2.0 한 대를 지닌 가정은 한 해 평균 195만원을 기름값으로 지출하게 된다(국내 가구당 연평균 승용차 주행거리 1만3000㎞ 적용).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52%는 월평균 지출이 200만원 미만. 가정마다 승용차 한 대씩은 있으니 한 해 지출하는 돈 가운데 한 달치를 몽땅 기름값으로 쓰는 가정이 적잖다는 의미다. 고연비 승용차,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 사용하며 연비효율을 높이는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하이브리드 승용차의 대명사격인 도요타의 프리우스(1798㏄)는 연비가 L당 29.2㎞다. 일반 가정의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를 적용했을 때 한 해 기름값은 87만원이 채 안 된다. 가장 대중적인 중형차 쏘나타2.0 가솔린 모델의 한 해 기름값(195만원)의 45% 수준이다. 기름값만 본다면 고유가 시대의 선택은 두말없이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문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비싸다는 점. 예컨대 프리우스 신차는 3790만원, 쏘나타 2.0은 최고 사양이 3000만원이다. 둘 중 어떤 차량을 모는 게 경제적인지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중고차 거래업체인 SK엔카에 의뢰해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승용차 4종과 동급수준인 일반 휘발유 승용차 4종의 월평균 운행비용을 비교해봤다. 휘발유 평균가격이 5년간 현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에너지관리공단이 계산한 차종별 연간 연료비를 근거로 5년간 연료비를 산출했다. 여기에 5년간 새 차의 가치하락분을 더해 총 운행비용을 계산, 이를 60개월로 나눴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휘발유만 쓰는 일반 쏘나타2.0이나 르노삼성의 뉴SM5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월평균 비용이 프리우스는 45만원, 쏘나타는 41만원, SM5는 42만원이었다. 다만 준중형급인 프리우스는 국산 중형 세단에 비해 실내 거주공간이나 편의사양 면에서 뒤떨어진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도요타 캠리의 경우도 휘발유만 쓰는 모델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경제성에서 앞섰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 면에서는 19.7㎞로 일반 캠리의 12㎞보다 뛰어났지만 신차 값이 1000만원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반면 혼다의 시빅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일반 휘발유 모델을 앞섰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월평균 비용이 47만원이었지만 내연기관에만 의존하는 시빅2.0 모델은 매월 52만원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체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제성이 아직은 휘발유 차량보다 10% 정도 뒤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차종에 따라 정부가 최대 310만원까지 세금을 깎아준다. 실제 하이브리드 승용차와 일반 휘발유 차량의 경제성 격차는 더 줄어든다는 말이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일반 휘발유 차량의 월평균 비용 격차가 10% 안팎이어서 유가가 지금보다 10% 정도 더 오르면 하이브리드 차량을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