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펀드마저…

일본 펀드의 부진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은 그나마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던 투자자들의 가슴에 쐐기를 박았다. 42개 일본 펀드 가운데 올 들어 수익을 내고 있던 몇몇 펀드들마저 3월에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본 펀드의 지난 1년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9.71%로 집계됐다.

다만 일본 펀드라 해도 성과가 똑같지는 않다. 환율 위험을 헤지(위험회피)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 환헤지형은 수익률이 훨씬 낮아 마이너스 15.7%를 기록한 반면, 환노출형은 마이너스 1.3%의 수익률로 비교적 선방했다. 조사대상 42개의 펀드 중 환노출형은 5개에 불과한데, 이 5개가 수익률 상위 5위권을 모두 휩쓸었다.

일반적으로 해외펀드 가입자들은 환헤지형 상품을 선택한다. 환율이 오르건 내리건 간에 상관없이 주식시장 상승률만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펀드의 경우 환헤지형 상품보다 환노출형 상품의 수익률이 좋았다. 금융위기 이후 엔화가 꾸준한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2008년 초에 1달러당 110엔을 넘나들던 달러 대비 엔화환율은 현재 80엔대로 떨어졌다. 환헤지를 하지 않을 경우,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는 불리하지만 강세를 보이면 이를 고스란히 펀드 수익률에 반영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환노출형 펀드가 선전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지금부터는 환헤지형이 더 나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자 G7(주요 7개국)이 적극 시장 개입에 나선 데다 일본이 대지진 이후 대규모 재정을 집행할 것으로 보여 엔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