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꺾였던 기업실적, 1분기에 방긋

지난 연말 잠시 꺾이는 듯 보였던 국내 기업 실적이 1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본지의 증권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유가증권 주요 상장사들의 1분기 예상 실적을 집계해본 결과 실적 비교가 어려운 금융지주회사 등 일부 회사를 제외한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올 1분기 개별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 4분기보다 각각 31.3%와 31.7%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은 전 분기와 비슷했다. 작년 같은 기간(2010년 1분기)과 비교해봐도 선전했다. 매출은 16.8%,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4.6%와 1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기업 실적은 3분기까지 꾸준히 개선됐지만 계속된 수요 부진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연말 들어 다소 주춤했었다.

◆원자재값 급등에 정유·화학 웃고…운송·조선 울고

1분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실적의 명암을 갈랐다. 정유와 에너지를 필두로 한 화학업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가 예상됐다. S-Oil은 전년 대비 10배 가까운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고, GS와 SK이노베이션 등의 영업이익도 두 배가량 늘 전망이다. 이 경우 전 분기 대비로도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넘는다.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케미칼, OCI, SKC 등 소재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는 화학업체들도 정유사 못지않았다.

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아시아나항공 등 해운·항공 등 운송업체들은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됐다. 철강값 상승으로 생산 단가 부담이 컸던 조선도 마찬가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순이익은 각각 전 분기 대비 9.5%와 3.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수는 들쭉날쭉…지주사 선전

경기 회복세가 내수산업 전반에까지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과 LIG손해보험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증권과 보험은 선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카드사인 삼성카드는 순익 감소 폭이 84%에 달하는 등 같은 금융업종도 온도 차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광고업체 제일기획도 매출, 영업익, 순익이 모두 줄 것으로 집계됐다. 백화점 빅3 중 신세계를 제외한 롯데쇼핑, 현대백화점은 두 자릿수대의 순익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IT·차 주춤

지난해 주도주로 부상하며 국내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전기·전자와 자동차업종은 1분기에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에 대한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전기전자의 경우 반도체 가격 하락까지 겹쳤다.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순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4%와 2.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본다. 다만 최근 중동·북아프리카 정정 불안과 일본 대지진 등으로 앞으로의 실적은 불확실하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지만 한층 높아진 경쟁력으로 버텼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