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국세)는 그냥 놔두고…" 취득세(지방세) 감면에 강력반발

정부가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으로 내세운 취득세 50% 감면 적용 시점을 정책 발표일인 지난 22일부터 소급해 적용하는 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23일 "다음 달로 예정된 법 개정 때까지 혼란이 야기되고 주택 거래가 침체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린 방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장 세수입이 크게 줄어들게 된 서울시를 비롯한 경기도·인천광역시 등 주요 지자체가 반발하고 있어 국회 최종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인 양도소득세(국세)는 제쳐놓고 미봉책인 취득세만 건드렸고, 그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어떻게 보전할지에 대한 대책도 전혀 세우지 않았다며 들끓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노력은 필요하지만 세금이 많이 걷히는 국세는 유지하면서 지방세만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취득세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지방세 수입 감소 보전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정부의 취득세 50% 인하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시의 세수입이 연간 6085억원이나 줄어들어 지방 재정이 열악해지고 행정 서비스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6085억원 중 2932억원과 1106억원은 각각 25개 자치구와 교육청에 돌아갈 예정이었다.

경기도 김문수 지사는 취득세 관련 회의에서 "정부는 힘없는 도(道)만 조인트를 깐다"며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 지사는 "국세는 놔두고 도세만 타격을 줬다"며 "이렇게 해서 도 재정을 파탄 내듯이 하면 뭐 하러 도라는 행정단위를 두느냐. 차라리 도를 없애라"고 성토했다.

경기도 박익수 자치행정국장은 브리핑에서 "주택거래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지방자치에 반하는 행위"라며 "취득세가 감면되면 경기도는 5194억원의 세수입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인천광역시 신동근 정무부시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의 주요 세원인 취득세를 감면하는 것은 적극 반대한다"며 "지방의 자금난을 악화시키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자체와 지자체 사이에 엄청난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취득세 감면으로 2141억원의 세수입이 줄게 된 인천광역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경기장 건설 등 긴급한 사안이 하나 둘이 아닌데 이번 조치는 시(市) 재정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로 인해 올해 당장 1800억원 정도의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시 이준승 예산담당관은 "당장은 별문제가 없지만 연말로 접어들면 일부 사업·항목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등 사업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자체의 세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한마디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정부에 공동건의문을 전달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