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내 발아, 누구 말을 믿을까

"토닝화를 신으니까, 정말 살이 빠진 것 같아요. 기능성 운동화를 구입하길 정말 잘했어요."(한 기능성 운동화 구매 고객)

"발을 힘들게 하고,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하게 해 종아리를 예쁘게 한다고? 맨발처럼 편한 느낌을 주는 게 최고 아닌가."('원래 날씬한 모델들이 기능화를 신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한 신발업계 관계자)

발이 요즘 고생이 많다. 둥근 밑창의 '토닝화'로 대표되는 기능성 운동화가 쏟아지면서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토닝(toning)은 신체의 균형을 잘 맞춰준다는 뜻. 2007년 1000억원, 2009년 3000억원이었던 국내 기능화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6000억원대로 훌쩍 뛰어올랐다(삼성경제연구소 추산). 미국도 2008년 1700만달러였던 기능화 시장이 지난해 1억4000만 달러로 8배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의 광고와 마케팅의 영향이 크겠지만, "(침대는 과학), 신발은 의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운동화마다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능성 운동화 붐은 '마사이 워킹'을 모토로 내건 MBT 제품에서 시작됐다. 이 제품이 인기를 얻자, 정통 스포츠화 브랜드들이 가세하면서 2~3년 전부터 기능성 제품을 내놓았다. 처음에는 신체교정용 토닝화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다가 여가와 웰빙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지난해부터 워킹화·다이어트화 등으로 확장되어 왔다. 아디다스 계열인 리복의 토닝화와 스케쳐스의 쉐이프업, 필라의 이온화 등이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프로스펙스의 워킹화 'W'는 올레길 열풍으로 시작된 '걷기 붐'과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부 업체들은 키 크는 신발, 머리가 좋아지는 운동화까지 마구 쏟아냈다. 하지만 운동화의 부가적인 기능이 과도하게 강조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중소규모 업체들은 과장 광고 등으로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A제품을 신고 걸으면 자세 교정도 되고, 몸이 반듯해진 느낌이다", "B제품은 근육을 많이 활용하도록 만들어 매끈한 보디라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더라"는 체험기까지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응에 회의적이다. 경인교육대학교 체육교육과 김재운 교수는 "기능성 운동화는 각각의 제품에 특별한 기능성이 강조되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운동효과를 돕고 보조하는 수준"이라며 "마치 신발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풍토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발마다 장점이 있겠지만, 그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으며 얼마나 적절한 운동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발업계 내부에서도 '기능화 붐'에 대한 반(反)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나이키의 경우 "맨발의 운동 효과가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이키는 맨발(bare foot)로 운동하는 것이 근력을 15~20%까지 강화시킨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맨발에 근접한 형태의 느낌을 주는 '프리'라인 운동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헤드'의 베어풋 슈즈 등 국내 스포츠화 브랜드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바야흐로 운동화에 각종 기능을 덧붙인 '기능화' vs. '탈(脫)기능화'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 이들 업체는 '운동을 하지 않아도 몸매를 관리할 수 있다'가 아니라, '운동을 통해서만 건강한 몸 관리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기능성 운동화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신발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기능성 운동화의 '효능'에 대한 공식적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마케팅에 치중하는 제품들이 업체 규모에 관계없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다 보니, 기능화 제품군도 이제 슬슬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