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의 평점 따윈 필요없어] 나른한 춘곤증 열정으로 날려봐

삼류대를 중퇴한 지역 방송국 PD 베키(레이철 맥애덤스)는 새로 영입된 아이비리그 출신 PD에게 자리를 뺏기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돼 뉴욕의 메이저 방송국에 취직하게 된 베키. 그녀가 맡게 된 방송은 PD들의 무덤이라는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의 아침뉴스쇼다. 이제부터 패기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혈 신참 PD의 기사회생 프로젝트가 시작되는데….

'굿모닝 에브리원'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작가의 시나리오답게 성공하고픈 젊은 여성의 시행착오와 성장담을 시종일관 씩씩하고 발랄하게 풀어낸다. '악마는…'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무시무시한 멘토 역할을 여기에서는 고희를 앞두고도 여전히 멋진 해리슨 포드가 해낸다.

베키는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우상이었던 전설의 명앵커 마이크 포메로이(해리슨 포드)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계약 기간 때문에 떠맡긴 했으나 뉴스의 공정성을 신봉하는 마이크가 흥미 위주의 요란한 아침 방송을 순순히 진행할 리 없다. 악독하기로 '세계 랭킹 3위'라는 마이크의 고집은 요즘의 방송 세태를 비판하는 것이라 이해는 가나 지금 베티에게는 너그럽고 유연한 선배의 배려가 절실한 터.

사실 매일 티격태격하지만 방송밖에 모르는 일중독자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부녀처럼 닮았다. 마이크는 그런 베티가 안타까워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일상을 즐기라고 진심으로 충고한다. 과연 베티는 마이크를 움직여 시청률도 올리고 새로 사귄 엄친아 남자친구까지 붙잡을 수 있을까.

워크홀릭이 되고 싶어도 기회조차 없는 취업준비생들이 보면 신데렐라의 재취업 성공담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신데렐라도 왕자님을 만나기 전에는 워크홀릭이었다는 사실. 결국 시간과 돈보다 절실한 것은 언제나 열정이란 진실을 일깨우는 '굿모닝 에브리원'은 춘곤증을 앓는 내 안의 열정을 흔드는 유쾌한 영화다.

※굿모닝 에브리원=감독 로저 미첼, 출연레이철 맥애덤스, 해리슨 포드, 다이앤 키튼,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