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아들은 하루를 버티는 힘이었다

27일 열린 한국과 중국의 올림픽 축구 대표팀 평가전. 울산 문수구장 상황실에 앉은 김귀현의 아버지 김직(69)씨는 연방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다. 청각 장애인인 그는 올림픽 대표팀에 처음 선발된 아들의 경기 모습을 보기 위해 전날 고향인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 올라왔다. 아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그는 산소 호흡기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옆엔 산소통 3개가 놓여 있었다. 처음엔 관중석에서 관전할 계획이었지만 날씨가 쌀쌀했고 바람이 셌던 까닭에 실내로 옮겼다. 그의 옆엔 어머니 박영덕(59)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작 휘슬이 울리고 선발로 뽑힌 김귀현이 모습을 나타내자 말 못하는 아버지는 '음, 음' 하고 신음을 내며 손가락으로 아들 쪽을 가리켰다. 부모는 약속한 듯 함께 박수를 보냈다. 가난 때문에 뒷바라지 한 번 제대로 못했는데도 올림픽 대표로 성장한 아들을 향한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담긴 박수였다. 한국 선수 중 최초로 아르헨티나 1부 리그(벨레스 사르스필드)에 진출한 김귀현도 부모가 앉은 방향을 바라보며 손뼉을 쳤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온 김귀현은 머리를 박박 밀어버린 모습이 차두리와 비슷했다. 저돌적인 경기 스타일과 빠른 스피드도 비슷했다. 올림픽팀 '리틀 차두리'의 등장이었다.

한국의 결승골도 김귀현의 발에서 시작됐다. 김귀현은 전반 12분 미드필드에서 페널티지역 오른쪽의 이용재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날렸고, 이 공이 정동호를 거쳐 김동섭의 결승골로 연결됐다.

김귀현은 후반 6분 다리 경련 때문에 벤치로 물러났다. 훈련기간이 짧아서 동료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도 몇 차례 나왔고, 패스를 머뭇거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김귀현은 "아르헨티나에서 장기간 여행한 시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부모님 앞에서 대표팀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 드리게 돼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에 1대0으로 승리하며 올림픽 대표팀 중국전 8승1무로 무패 기록을 이어갔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A 대표팀에 차출된 탓인지 조직력이 부족했다. 패스 흐름이 자주 끊겼고, 스피드 있는 공격도 살아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앞으로 공격과 수비의 조직력을 더욱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