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퍼즐로 조립하느냐, 고통으로 끌어안느냐

영원히 죽지 않을 이야기의 찬란한 미래를 퍼즐놀이로 풀어낸 최제훈의 연작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자음과모음)과 인생의 부조리함을 안정된 톤으로 견고하게 드러낸 김숨의 소설집 '간과 쓸개'(문학과지성사)가 2011년도 동인문학상 월간독회를 통과했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유종호 김주영 김화영 오정희 이문열 정과리 신경숙)는 지난주 2011년도 제4차 심사독회를 열고 이들 두 작품을 최종심 후보로 올렸다. 최제훈은 자신의 첫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 '일곱…'을 같은 해 동인상 최종심 후보에 올리는 문학적 기염을 토했고, 지난번 독회 당시에는 검토작에 오르지 못했던 김숨의 단편집은 일부 심사위원들의 적극 추천과 함께 문학적 발탁됐다. 이로써 동인문학상 후보작은 권여선 소설집 '내 정원의 붉은 열매', 최제훈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김도연 소설집 '이별 전후사의 재인식', 강영숙 장편 '라이팅 클럽', 서준환 소설집 '고독 역시 착각일 것이다', 박민규 소설집 '더블'을 포함해 8편으로 늘었다. 동인상 심사위원회는 매월 독회를 열어 최종심 후보작을 고르고, 이들 가운데 최종심 본선으로 4~5편을 압축한다. 그리고 오는 10월 초 수상작 결정 독회에서 최종수상자를 결정한다.

2007년 제7회 문학과사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추리 기법으로 풀어낸 소설 쓰기에 관한 소설.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282쪽)의 운명을 4개의 퍼즐 조각으로 정교하게 조립했다. "서사의 서스펜스 구축" "플롯과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완벽한 통제. 마치 사르트르 같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음악적 변주" 등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하지만 "소설쓰기에 대한 소설이라는 형식이 우리나라에는 드물지만 서양에는 흔하다" "퍼즐이 가끔 깨지기도 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매력이 덜하다"는 아쉬움도 지적됐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숨의 '간과 쓸개'는 9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 삶의 어둡고 눅진한 풍경을 곡진하게 그리는 성실한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현실의 고통에 관한 짧고 정제된 문장" "본격적인 리얼리즘 소설과 후반부 부조리 소설 등 다양한 문학적 스펙트럼" 등의 적극적 평가가 있었다. 반면 김숨 소설 초기의 거칠지만 강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순화된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제기됐다.

또 한 편의 검토작이었던 윤이형의 '큰 늑대 파랑'은 SF(과학소설)와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적 기법으로 인간의 무분별한 욕망을 고발하고 풍자한다. 한 심사위원은 "젊은 세대에 어울리는 장르의 외피와 달리, 알고 보면 윤이형 소설의 주제는 훨씬 더 보수적이고 도덕적"이라며 "윤리적 판단을 통해 등장한 심리적 악을 모두 물질화시킨다"고 해석했다. 가령 인간 욕망의 폭발을 좀비들의 세계로 표현하고, 종말의 공포를 물질화시키면 거대 전쟁 이후의 미래세계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보편적 지지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