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 부동산 투자, 年수익률 18% '짭짤'

국민연금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 시가 총액의 6%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이 주식을 팔면 시장이 요동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

결국 대안은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이 나오는 해외 알짜 부동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각국의 유명한 오피스 빌딩이나 쇼핑몰은 임대료 수익만 연 7~8%가 나온다. 거기에 금융위기로 떨어진 건물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까지 감안하면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으로선 '꿩 먹고 알 먹기' 장사라는 것이다.

강영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해외부동산팀장은 "2008~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가격이 2007년에 비해 약 40% 떨어졌던 해외 부동산 시장이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2009년부터 런던, 베를린 등의 알짜 부동산을 선점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라

국민연금이 해외 부동산 '쇼핑'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는 이유도 있다. 건물 임대료는 인플레이션에 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는 인플레이션 방어 기능이 있다. 예컨대 2009년 11월 국민연금이 100% 지분을 매입한 런던 HSBC 타워의 경우 향후 16년간 영국 물가상승률에 연동해서 매년 2.5~6.0% 범위 내에서 임대료를 올려 받기로 했다. 작년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3.3%인데, HSBC 타워의 임대료는 4.5%가 올랐다. 올해도 4% 후반대의 임대료 상승이 기대된다.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의 국부펀드나 연금펀드도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간 '채권 60%, 주식 40%'라는 투자 원칙을 고수하고 있던 노르웨이 국부펀드(세계 2위 국부펀드)는 올해부터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 투자 비중을 전체 운용자산의 5%까지 늘리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연금 펀드들도 우리나라 국민연금을 따라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연금 펀드들도 과거 전체 자산의 6~8% 정도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가 최근 들어 자산의 10%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올해도 타운센드·프라메리카·록스프링 등 글로벌 부동산 전문 운용업체에 1조2200억원을 맡겨, 미국·영국·일본·호주·중국·싱가포르 등에 대한 부동산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2015년까지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10%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매각할 때 가격 하락 위험성도 고려해야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가격 변동에 크게 민감하지 않지만, 선진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크게 침체하는 경우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수익률이 급감할 위험도 있다.

실제 선진국 기관투자자들은 세계 오피스 빌딩 호황기였던 2004~07년 많은 부동산 투자를 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봤다. 세계 4대 연기금 중 하나인 네덜란드 연금 APG는 2008년 부동산에서만 연 30%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또 언젠가는 자산을 팔아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연구관은 "국민연금은 대략 2050년 이후 매년 200조원의 자산을 팔아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해외 부동산은 거래 상대방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자산을 한꺼번에 매각해야 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구입한 해외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이 작년 말 현재 연 1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자산 가운데 부동산은 투자 후 1년이 지난 다음에 외부 가치평가를 한다. 국민연금은 27일 "최근 2009년에 투자한 5개 부동산(KDX, HSBC 타워, 88 우드 스트리트, 40 그로스브너, 메이스리치 쇼핑몰)에 대해 작년 말 기준으로 외부 평가를 받아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건물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가치 상승률은 약 12%, 임대료 등을 받아 나온 배당 수익률은 약 6%였다. 통상 국제적으로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연평균 약 7%쯤 되는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국민연금의 작년 운용 수익률(10.4%)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수익을 거뒀다.

국민연금은 2009년 6월 일본 도쿄의 오피스 빌딩인 KDX 토요스 그랜드스퀘어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의 HSBC 타워, 독일 베를린의 소니센터, 호주 시드니의 오로라 플레이스 등 각국을 대표하는 부동산을 사들였다. 국민연금의 작년 말 현재 해외 부동산 투자액은 4조1033억원으로 전체 자산(323조9908억원)의 1.3%밖에 되지 않지만, 알짜 부동산 덕분에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부동산 없이 채권만 갖고 수익률 높일 재간 없어

국민연금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수익률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외 채권에 전체 자산의 71%(229조8055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채권은 떼먹힐 우려는 적지만 수익성이 낮다. 현재 채권 수익률은 연 4%대에 머무르고 있다.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 목표인 6%에 도달하려면 대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주식 비중을 늘리자니 주가 하락 위험에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