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帽子씌우기

〈제1보〉(1~18)=3번기에서 먼저 1국을 승리한 쪽의 우승 확률은 75%, 패한 쪽이 2연승해 역전 우승할 확률은 25%다. 산술적으론 3대1이지만 심리적 변수까지 감안하면 1승을 선점한 쪽이 그 이상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반대 이론도 있다. 이른바 '화살 둘 가진 사람이 하나뿐인 사람 못 당한다'는 속담이다. 화살 하나에 목숨이 걸린 쪽이 사력을 다해 싸우게 되기 때문.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2국이 시작됐다.

흑번의 쿵제는 요즘 크게 유행 중인 1, 3, 5의 소위 '중국식'포진으로 출발한다. 퍄오가 2, 4로 흉내(?) 진형을 펼친 것은 심리전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아무튼 8까지는 자주 등장하는 평범한 진행. 9는 적세(敵勢)가 강한 곳에선 여유 있게 뛰어들라는 입계의완(入界宜緩)의 가르침에 충실한 수다. 12까지 쌍방 바늘 하나도 못 들어갈 만큼 타이트하게 대치한다.

13은 자신을 보강하면서 좌상 쪽과 하변 침투를 맞보기로 노리고 있다. 15는 나무랄 데 없는 수이긴 하지만 참고도 5까지의 진행이 실전보 13의 의도와 더 부합했으리란 중론. 16의 요충을 내주고도 17로 지킨 순간 검토실에서 "너무 실리를 밝힌다"는 소리가 나온다. 18의 모자씌움이 워낙 통렬했다는 뜻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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