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지혜도 생긴다(Wisdom comes with age)?'
당연한 얘기 같지만 주식 투자에서만큼은 이 격언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불꽃 튀는 머니게임의 현장에선 인생 경험을 많이 쌓은 어르신들의 지혜도 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노스웨스턴 경영대학이 19~85세 남녀를 대상으로 모의 주식게임을 벌인 결과에 따르면, 고령자일수록 불합리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대부분의 고령자들이 각 기업의 실적 자료를 검토하기도 전에 성급하게 주식 종목을 선정했다. 심지어 해당 기업들의 실적을 모두 알면서도 실적이 가장 저조한 기업을 선택하는 고령자도 적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들이 투자 결정을 할 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의 분비량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도파민이 증가하면 감정이 고조되면서 흥분 상태가 계속된다. 일반적으로 도파민은 나이가 들수록 분비량이 줄어드는데 투자 결정에서는 그렇질 않았다.
아직까지 노화(老化)가 돈과 관련한 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투자자 실태 조사에서도 고령자의 주식투자 수익률은 영 신통치가 않다. 55세 이상 주식 투자자의 1년치 평균 수익률은 2%에 그쳐 전 연령대 중에 가장 낮았다. 45~54세 주식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5.5%)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34세 이하 투자자(3.8%)들의 평균 수익률도 밑돌았다.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정보 격차가 수익률 격차를 낳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젊은 층은 주식에 투자할 때도 상장지수펀드(ETF)나 우선주 등 다양한 투자처를 확보하고 있어 틈새 수익을 잘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양승익 KB자산운용 팀장도 "어르신들은 게임이나 태양광 등 새로운 트렌드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80~90년대에 잘나갔던 과거 종목들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회사의 재무 상태도 꼼꼼히 살피지 않은 채 선택을 해서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