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저지선 攻防

〈제4보〉(34~45)=대국장인 중화회(中華匯) 검토실이 아침부터 활기에 넘친다. 박정환·이영구·허영호·원성진·박정상·조한승·윤준상…. 한국 바둑을 쥐고 흔드는 최정상급 신예 20여명이 총집결했다. 국수(國手)에 복귀한 최철한도 시상식을 마치고 나타났다. 결승 첫 판 때 '파리 날리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새로운 '세계 기왕(棋王)' 탄생을 예감하고 그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보고픈 생각도 작용했을까.

흑이 ?Y의 급소에 두어 총공격에 나선 장면. 34, 36은 당연하면서도 좋은 수순이다. 이 수순을 바꾸면 양쪽 젖힘을 맞볼 수 없어 타개가 불편해진다. 37까지 이런 정도. 38로는 보통 때라면 참고도 1로 뛰는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4까지를 상정할 때 백의 곤마(困馬)가 좌중앙에 대기 중이던 흑군과 마주치는 형상이어서 내키지 않는다.

39 젖힘은 무리 같지만 이 형태에서 상대를 최대한 압박하는 행마법. 44까지 쌍방 젖힌 뒤 단점을 잇는 저지선(沮止線) 공방이다. 흑은 백의 중원 진출을 한사코 틀어막으며 삶을 추궁한다. 백으로선 중앙 흑세가 더 두터워지기 전에 빨리 안정하는 것이 최선. 또다시 45로 2단 젖혀온 상황에서 백 최선의 행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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