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황제 이창호 "물러설 곳이 없다"

이창호(36)와 박영훈(26)이 맞서고 있는 제12기 맥심배 결승 3번기 제2국이 7일 제주 하얏트호텔서 벌어진다. 지난달 21일의 1국서는 박영훈이 이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놓은 상황. 이번 대결의 관전 포인트와 전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Q: 맥심배는 모든 기사가 출전할 수 있나.

A: 최고단인 九단들만을 대상으로 치러진다. 이번 12기가 시작될 당시 전체 기사 수는 249명, 그 중 21.3%에 달하는 53명의 입신(入神·九단의 별칭)들이 참가했다. 과거와 달리 요즘엔 성적이 뛰어나면 초고속 승단이 가능한 시대여서 톱스타들의 경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Q: 두 기사가 결승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은?

A: 이창호는 최규병 조훈현 목진석을, 박영훈은 이상훈 강동윤 최철한을 누르고 올라왔다.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세돌은 2회전서 목진석에게 패해 탈락했다.

Q: 관전 포인트를 꼽는다면.

A: 이창호의 '부활' 여부다. 생애 통산 138개나 되는 '타이틀 수집가'였던 이창호지만 지난 2월 국수(國手)를 잃으면서 22년 만에 무관(無冠)으로 전락했다. 한 해 13개의 타이틀을 따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 만 1년 동안 단 한 개의 우승도 수확하지 못했다.

Q: 올해 이창호의 전적은 어떤가.

A: 공식전만 5승6패, 전적에 집계되지 않는 대표 선발전 2패를 합하면 5승8패로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이다. 현재 GS칼텍스배와 국제대회인 비씨카드배 등에서 모두 탈락한 상황이어서 이번 결승은 '최후의 보루'에 해당한다.

Q: 박영훈은 현재 타이틀을 갖고 있나?

A: 지난 연말 동갑 라이벌 원성진을 꺾고 명인성(城)에 깃발을 꽂았다. 통산 15회째 우승으로, 30세 이하 현역 프로들 중 타이틀 수에서 이세돌에 이어 2위다. 그런 그가 명인 하나만으론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박영훈 역시 올 들어 원익배, 비씨카드배 등서 탈락해 이번 대회 우승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Q: 두 기사는 과거 몇 번을 싸워 누가 더 많이 이겼나.

A: 통산 25회를 겨뤄 이창호가 14승11패로 앞서 있지만 2007년 이후엔 박영훈이 3승1패로 우세하다. 박영훈은 가장 최근 맞대결인 맥심배 1국서 이겨 심리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과거 두 사람은 결승전에선 네 차례 만나 두 번씩 우승을 나눠 가졌다. 이번이 '중간 결승'인 셈이다.

Q: 둘의 기풍이 매우 흡사하다던데.

A: 이창호는 어릴 때부터 워낙 계산에 밝아 '신산(神算)'으로 불렸다. 그 뒤를 이은 박영훈의 계산력도 천재적이어서 '소(小)신산'이란 애칭으로 통한다. 야구에 빗대자면 둘의 싸움은 숨 막히는 '투수전'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1국처럼 종종 폭죽 같은 타격전이 전개되기도 한다.

Q: 맥심배와의 인연은?

A: 박영훈은 2008년 제9기 때 한 번 우승 경력이 있다. 게다가 프로기사 중 최고의 '커피광(狂)'으로 꼽히는 터여서 맥심배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이창호는 한때 대국 폭주로 기전을 선별 출전했다. 그가 3년 전까지 출전을 외면했던 맥심배를 이번에 무관(無冠) 탈출의 교두보로 만들 수 있을지도 흥미롭다.

Q: 누가 이길 것 같은가.

A: 당일의 생체리듬과 컨디션에 달렸다. 봄날 제주도의 풍광을 접하는 각자의 감수성, 오후 3시라는 대국시간, 1인당 10분에 40초 초읽기 3회의 속기(速棋) 등 모든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창호로선 결혼(2010년 10월 28일)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부진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야 한다. 2국서 이창호가 이긴다면 우승자는 최종 3국(12일)에서 가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