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원화강세 반갑다" 순매수 15일째

환율이 주식시장의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5일 미(美)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상승한 1090.2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는 소폭 올랐지만 지난달 17일의 1135.3원보다는 40원 넘게 내렸다(원화가치 상승).

최근 주식시장도 원화 값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강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69% 오른 2130.43에 마감,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통상 3월 말, 4월 초는 실적 발표가 맞물리는 시즌이라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적보다 환율이 증시 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증시를 이끄는 외국인 순매수를 좌우할 변수이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 전망…외국인 매수 동기부여

외국인은 지난 3·11 일본 대지진 이후 이달 5일까지 15거래일 연속 순매수(전체 매수금액에서 매도 금액을 뺀 것)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순매수액이 4조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향후 원화 강세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 약세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의 강세가 예상되자 신흥국에 외국인 자금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가상승률 외에 환차익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높아진 만큼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국내 물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어 정부가 어느 정도의 원화 강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국인들은 보고 있다는 것이다.

◆내수주, 원화 강세에 환호…수출주 주춤

해외 업체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환율하락(원화 강세)이 반가울 리 없다. 반면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내수기업들은 환율이 더 떨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왔던 3월 말 이후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업종을 보면 증권과 유통, 금융, 음식료, 통신 등 대표적인 내수업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 대표주인 롯데쇼핑은 41만원대였던 주가가 5일 장중 한때 48만원까지 올랐다. CJ제일제당과 농심, 광주신세계 등 최근 강세를 보인 종목들도 전형적인 내수주들이다. 반면 대표적 수출주인 자동차와 화학, 조선업종 등은 이달 들어 주춤하고 있다. 전날 급락했던 일부 수출주의 경우 5일 환율이 약간 오르자(원화 약세) 반등에 나서기도 했다.

◆추천목록에 내수주…수출주 버릴 것까지야

대신증권은 건설과 전기가스, 유통, 금융 등 업종에서 아직 연중 고점에 도달하지 못한 대형 내수주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했고 동양종금증권도 원화 강세와 양호한 실적을 보유한 금융지주사, 은행, 유통, 호텔 등을 추천했다.

다만 수출주를 외면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주식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여전히 탄탄하고 전 세계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에 수출주를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3월 수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났으며 올 한 해도 30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원화절상 속도가 너무 가파르지만 않는다면 지금으로선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