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大型 퍼즐

〈제7보〉(65~77)=한말(韓末) 외세의 침략과 수탈로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새 생활 터전을 찾아 조국을 떠나는 유민(流民)들이 날로 늘어갔다. 광복으로 나라를 되찾은 뒤에도 상당수가 귀국하지 못하고 그곳에 눌러앉았다. 바로 조선족, 고려인들이다. 외딴곳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은 고난과 슬픔의 역사였고, 바로 한국 근대사의 통사(痛史)이기도 했다. 퍄오원야오, 우리 발음으로 박문요를 볼 때마다 가슴이 싸하고 아려온다.

백△의 붙임을 외면하고 65로 뚫었다. 기세이자 승부수이기도 하다. 참고도 1로 후퇴하는 것은 10까지 흑의 낭패(백2로 즉시 5에 두면 4로 끊겨 안 된다). 백도 66의 당연한 응징으로 맞서 우변 일대가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75까지는 서로 한 치도 어긋날 수 없는 외길 진행.

여기서 76의 한 칸 뜀이 정확했다. 이 수를 미루다 흑에게 '가' 자리를 맞으면 백 대마는 헤어날 수 없게 된다. 77도 당연한 수. 상중앙 백에게 아직 두 눈이 없는 상태에서 우변 흑 6점과 그 아래쪽 백 5점까지도 생사 불명인 채 대형 퍼즐처럼 얽히고설켰다. 두 기사의 호흡이 어쩔 수 없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17분 만에 77이 놓이자 백도 20분이란 기록적 장고를 거쳐 다음 수를 찾아냈다. 어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