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高手의 면모

〈제8보〉(78~91)=아마추어 기객(棋客) A씨는 전투력은 분명 라이벌인 B씨보다 강한데 전체 승률에선 오히려 좀 뒤진다. B씨는 작은 전투에 올인하는 A씨와 달리 전국(全局)적인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한다. 승부를 결정 짓는 것은 자질구레한 국지전의 화력(火力)이 아닌 것이다. 퍄오는 오늘 형세를 파악하는 눈과 유연함에서도 경지에 올랐음을 두 번에 걸쳐 보여준다.

우선 78. 참고1도 1로 빠지는 변화다. 백33 다음 흑이 먹여치고 귀 A의 곳에 집어넣어 백이 먼저 때리는 패(覇)가 된다(31…16). 흑은 실전보 '가'와 91 두 곳을 연타하는 팻감을 써 올 텐데 그 경우 양쪽 모두 살기 바쁜 형태가 돼 백도 겁난다. 결국 78과 79의 흥정이 이뤄졌다.

다음 80. 왜 참고2도 1의 수단을 흘려버렸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이곳은 이렇게 두어도 패를 피할 수 없다. 백은 이때 역시 흑이 하변에 붙여올 팻감이 두려웠던 것. 84까지 미세하지만 백이 약간 두텁다는 결론이고 보면 퍄오의 뛰어난 판단력에 탄복하게 된다. 위기를 느낀 쿵제, 90까지 중앙을 키울 듯 하다가 돌연 91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