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비 괜찮다지만…" 찜찜한 불안감에 시달린 한국

7일 전국적으로 내린 비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한 방사능 공포를 확산시켰다.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은 줄지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는 방사능 공포를 부추기는 듯한 성명서를 냈고, 경기도의 126개 유치원과 초·중학교, 전북의 5개 학교가 휴교했다. 방사능 노이로제가 전국을 휩쓸었다.

◆"방사능 비 피해라" 등굣길 북새통

7일 오전 8시쯤 제주 동광초등학교 앞 도로는 등굣길 자녀를 태워 온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학부모 박봉길(42)씨는 "방사능 비가 걱정돼 오늘은 직접 학교 앞까지 바래다줬다"고 말했다. 울산 강남중학교 학부모 이정현(42)씨도 "집이 학교에서 500m 거리라 딸이 평소에는 걸어서 등교하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불안해서 차에 태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우산과 모자, 마스크와 장화로 중무장한 채 등교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울 노원구 계상초등학교 교문 앞에는 학부모 봉사단과 교사들이 나와 학생들의 우비와 우산 착용 상태를 꼼꼼히 챙겼다. 제주동중학교 강인성 교사는 "방사능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지도활동을 하는 학생회 학생 6명은 들어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등은 7일 일선 학교에 '교외 체험활동을 자제하고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피하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한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는 총 126곳으로 조사됐다. 단축 수업을 한 곳도 총 34곳"이라고 밝혔다.

◆구내식당으로 몰린 직장인들

직장인들은 되도록 회사 내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외출을 삼갔다. 회사원 문모(42)씨는 "오늘은 그냥 구내식당에서 먹었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서울 여의도점은 "다른 비 오는 날보다 점심 주문량이 1.5배 많았다. 회사원들이 사무실로 2~3판씩 배달시켰다"고 했다. 점심때면 붐비던 서울 종로구 인사동과 광화문 일대도 한산했다. 인사동 편의점 직원은 "길거리 노점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퇴근하던 회사원 오미영(31)씨는 "방사성 물질이 닿은 옷은 다시 입지 못한다는 얘기에 우비를 입고 우산을 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