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退溪의‘예언’

〈제9보〉(91~105)="바둑에서도 한 수만 삐끗하면 전 판이 다 무너지지 않던가." 퇴계 이황(李滉) 선생이 관직 복귀를 간청하는 정계 고위층의 편지를 받고, 66세의 고령을 들어 사양하는 답장을 보냈는데 그 중 한 대목이다. 퇴계는 국수(國手)급 바둑 고수였던 것으로 전해지며 산신령과의 내기 바둑 등 내려오는 전설도 많다.

91은 참고1도 1 이하 7까지가 무난하지만 10에 이르면 승산이 없다고 보고 투입한 승부수. 그러나 뒤이어 93에 붙여간 수가 엄청난 착각이었다. 이 수가 패착으로 규정됐고, 동시에 이번 대회 우승이 갈렸으니 퇴계의 말씀 그대로다.

93으론 참고2도 1에 늘어야 했다. 18까지 진행됐으면 이제부터의 바둑이었다는 결론. 수순 중 10으로 15에 젖혀 잡으러 가는 것은 A에 끊겨 무리다. 아무튼 98은 대단한 배짱과 자신감을 품은 필살의 한 수였다. 흑 105로 미끄럼을 탔을 때 백이 취할 최선의 수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