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시대 감동시킨 그녀를 아십니까

"최승희의 춤을 보고 감동하였다는 어른들 얘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일본에 사는 조선 사람으로서 그 이름 석 자는 긍지이자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그래서 사진과 그림 등 최승희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했고, 100주년을 기리며 정보도 모을 겸 이렇게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

무용가 최승희(1911~1969) 탄생 100주년을 맞아 광주시립미술관(관장 황영성)에서 대규모 전시 '불꽃처럼 바람처럼, 무희 최승희'가 12일 공식 개막한다. 미공개작 27점을 비롯해 전시장을 채울 최승희 사진·그림 등 147점을 기증한 재일교포 하정웅(河正雄·72)씨는 8일 "일본군 위문공연과 월북 같은 이데올로기에 얽혀 최승희가 무용가로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일본 무용가 이시이 바쿠(石井漠)로부터 신무용을 배운 최승희는 한국 전통춤을 접목해 장구춤·칼춤·부채춤·보살춤·화랑춤 등을 만들었고, 미국·프랑스·중국 등에서도 인정받은 세계적인 스타였다. 그는 사회주의 작가였던 남편 안막을 따라 1946년 월북했다.

전남 영암 출신 부모를 둔 하씨는 일본 아키타에서 나고 자라 한때는 화가를 꿈꿨다. 처음 판매한 그림이 '최승희의 장구춤'이었다. 일본에서 부동산 임대업으로 성공하고 최승희 관련 수집가로 변신한 그는 1990년대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 꾸준히 기증을 해왔다. 하씨는 "최승희 관련 사진의 상당수는 정병호 전 중앙대 교수에게 필름 등을 구입해 일본에서 1m 이상의 크기로 작품화했고, 일본 신문·잡지나 지인들로부터 수집한 사진·그림 등을 더해 모두 한국으로 보냈다"면서 "이번 전시에는 2002년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에 걸리지 않았던 '해변에서' '무녀의 춤'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최승희는 유명 사진가에게 의뢰해 공연 사진을 촬영했고 생활 사진도 대량 판매해 홍보 효과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현재 가장 방대하고 상태가 좋은 건 광주시립미술관에 소장된 '하정웅 콜렉션'이다. 하씨는 "올해가 100주년이지만 최승희 무용의 창조적인 정신은 후세와 오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번 전시회는 8월 폐막 후 10월에는 일본 도쿄의 한국문화원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