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용의 눈물' '여인천하' 만든 사극의 王

인기 드라마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을 만든 사극(史劇) 연출의 대가 김재형 PD(75·한국공연예술종합학교 학장)가 10일 오전 7시 45분 별세했다. 둘째 아들인 CF 감독 김두만씨는 "나흘 전에 위 천공으로 수술을 받으셨는데 고령이어서 회복이 잘 되지 않았다"며 "특별한 다른 지병은 없었다"고 했다.

김재형 학장은 1936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경기상고와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1년 KBS 개국 요원으로 입사, 최초의 TV 사극이랄 수 있는 '국토만리'를 시작으로 '별당아씨' '사모곡' '한명회' '왕도' 등 40년 가까이 250편에 가까운 드라마를 연출했다.

대표작 '용의 눈물'(1996∼1998)과 '여인천하'(2001∼2002)는 시청률 40%대의 '국민 드라마'였다. 이 두 드라마로 사극이 명분과 시청률을 모두 챙기는 '전략 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조선 초기 권력 암투를 그린 '용의 눈물'은 당시 대통령선거 상황과 맞물려 정치·사회적 화제를 낳았다. 이에 힘입어 그는 1998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화제의 인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1999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현장에서 물러났다가 이듬해 '여인천하'를 맡으며 복귀했다. 2003년 '왕의 여자'를 만들었고, 2007년 248번째 작품 '왕과 나'를 제작하던 중 췌장염이 발견돼 중도하차하면서 TV 드라마 PD 인생을 마감했다. 이후 건강을 회복해 지난해 광주에서 막을 올린 연극 '김치'의 연출을 맡기도 했으며 최근까지도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좌교수로 활동했다.

한민족문화예술대상(영상예술), 한국연극영화예술상(TV연출상), 서울시 문화상(언론부문), 한국방송대상 TV프로듀서상·대상, 위암 장지연상(방송부문),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품상·대상,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과 영화감독인 장남 창만씨 등 2남2녀. 빈소 서울아산병원. 발인 13일 8시 30분. (02)3010-2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