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냐 예술이냐

'웅~' 하고 모터가 돌아갔다. 금속 체인이 삐걱거리며 움직였다. 공중에 매달린 스테인리스 스틸 배의 노를 젓는 것은 로봇 선원들. 장난처럼 보이는 이 작품 제목은 '노 젓는 사람들'. 작가 최문석씨는 "'한 배를 탔다'는 말의 의미를 작품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9일까지 서울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키네틱 아트전:가재는 게 편이다'에는 기계와 예술의 경계에 선 작품 16점이 나온다. '키네틱 아트(Kinetic Art)'란 '움직이는 미술작품'을 일컫는 미술용어. 전동기뿐 아니라 모빌처럼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작품까지 모두 포괄한다.

참여 작가는 모두 다섯 명. 김기훈의 'sunev'는 나란히 선 한 쌍의 우레탄 덩어리가 모터로 회전하도록 만들었다. 우레탄 사이의 공간은 '밀로의 비너스' 실루엣을 하고 있다. 우레탄 움직임에 따라 빈 공간은 비너스의 정면과 측면 실루엣으로 번갈아가며 변환된다. 최종운의 '찻잔 속의 태풍'은 모터와 자석을 이용해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 속의 차(茶)가 소용돌이치도록 했고, 왕지원의 '관음 Z'는 수많은 팔을 가진 관음보살을 마징가 Z처럼 팔이 움직이는 로봇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노해율의 '무브리스(Moveless)'는 LED 조명을 장치한 100여개의 풍선 기둥에 무거운 쇠추를 달아 오뚝이처럼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박소민씨는 "예술과 과학이 결합해 생성된 장르인 '키네틱 아트'를 통해 예술과 과학이 상호 보완하며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02)735-9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