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예술적 終末'

〈제11보〉(121~140)=이번 대회는 역대 LG배 결승전 사상 최소수수(手數) 신기록도 남겼다. 평균 131.5수(1국 123수, 2국 140수)로, 구리(古力)와 이세돌이 격돌했던 12회(167.5수) 때의 종전기록을 30수 이상 경신한 것. 특히 1국은 역대 LG배 최소수수 3위에 해당했다. LG배 최다수수 기록인 5회 대회 5국(유창혁 대 왕리청·322수)의 3분의 1에 가깝다. 수수가 짧은 바둑은 몸싸움보다 영토를 다투는 냉전(冷戰)인 경우가 많다.

121로 조여봤으나 126까지 흑이 한 수 차이로 전멸했고 바둑도 사실상 끝났다. 121로 참고도 1로 끼우는 수도 잘 안 된다. 4까지 역으로 조이고 6으로 따내 역시 흑이 한 수 차를 좁힐 수 없다(5…△). 이런 참상(慘狀) 앞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할 수는 없는 일. 승부사들은 가능한 한 '예술적 종말'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흑은 별로 나을 것도 없는 몰골로 최후를 맞이했다. 140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상변과 중앙 양쪽 모두를 지킬 수 없게 되자 마침내 백기를 든 것. 무너진 세계 3관왕 쿵제와 새로운 스타로 우뚝 선 23세 조선족 청년 퍄오원야오가 복기에 들어가는 순간 카메라맨들이 우르르 대국장에 뛰어들어 두 사람을 에워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