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한 달… 충격 디딘 코스피 더 단단해졌다

국내 증시가 지난 3월 11일 일본 대지진 이후 2100선에서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일본 열도를 강타한 지진 충격을 딛고 사상 최고치를 두 차례나 갈아치웠다.

다만 업종별로는 다소 명암(明暗)이 갈렸다. 자동차주가 속한 운수장비업종은 이 기간 19%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고, 정유주가 포함된 화학업종도 15.51%나 올랐다.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통신, 금융, 전기가스업종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V자형 반등하며 회복

코스피지수는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첫 거래일인 14일엔 소폭(0.8%) 올랐지만, 원전 폭발 소식이 전해진 15일엔 장중 변동폭이 100포인트에 달하며 오르내림이 심했다. 그러나 일본 지진이 한국 기업들의 매출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강력한 한국 주식 매수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진 발생 후 외국인은 3월 15일 하루만 빼고 11일까지 나머지 거래일 모두 '사자'를 외치며 매수 행진을 계속했다. 지진 발생 전 1950선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빠른 속도로 올라, 한 달 동안 8.53% 상승했다.

지난 5일엔 코스피지수가 사상최고치(2130.43)를 기록했고 시가총액 역시 사상최대치(1194조5940억원)를 찍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정유주 상승세 두드러져

코스피지수는 일본 지진 이후 1개월간 8% 넘게 올랐지만, 같은 기간 업종별 수익률은 편차가 적지 않았다. 자동차주나 정유주를 매매한 투자자들은 재미를 봤다. 이들 업종은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연초부터 양호한 흐름을 이어 왔는데, 일본 기업들이 생산차질을 빚자 상대적인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더욱 올랐다. 일본에서 조달하던 완제품이나 부품을 한국에서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현대제철 등이 속한 철강금속업종 역시 1개월 수익률이 13.05%로 선방했다. 반면 금융주나 통신주를 사고판 투자자는 수익률이 신통치 않았다.

이동수 한맥투자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은 "일본 대지진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될 대규모 사건"이라며 "자동차나 정유, 철강업종은 일본 지진 반사이익을 더 오래 누릴 수 있는 만큼 비중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일본 대지진 변수는 현재 국내 기업들 실적에는 덜 반영됐으며 앞으로 더 반영되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은 "자동차나 화학, 철강 등은 앞으로도 시장 주도권을 갖겠지만 상승 탄력은 약해질 수 있다"며 "이들 업종에 합류해서 주가 탄력이 강하게 붙을 만한 후보군(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 투자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