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스코필드… 우리를 사랑한 당신, 사랑합니다"

'3·1운동의 34번째 민족대표, 석호필(石虎弼).'

'호랑이와 돌과 같은 굳은 의지로 한국인을 돕겠다'는 뜻을 가진 이 이름은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힌 유일한 외국인 프랭크 스코필드(캐나다) 박사의 한국명이다. 그가 생전에 직접 한자까지 선택해 지었다. '스코필드'와 가까운 발음(석호필)을 찾아 정한 이름이다.

12일 오전 서울대 수의과대학 스코필드홀에서 '스코필드 박사 서거 41주기 추모기념식'이 열렸다. 수의과대학과 호랑이스코필드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행사로, 올해가 아홉 번째다.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세균학 강사 겸 선교사로 한국 땅을 밟았다. 3년 후 전국에서 3·1 운동이 일어나자 민족지도자들에게 해외 정세를 전하며 적극 지원했다. 또 '제암리교회 방화학살사건' 현장을 촬영해 국제사회에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등 우리나라 독립운동 현장을 사진과 글로 기록했다. 이런 활동 때문에 스코필드 박사는 강제로 한국에서 쫓겨나 1920년 캐나다로 돌아갔다. 이후 모교인 온타리오 수의과대에서 수의학자로 활동했지만 한국을 잊지 못했고, 1958년 다시 한국에 왔다. 그리고 1970년 숨질 때까지 서울대 수의과대 외래교수로 지내며 전쟁 고아와 어려운 학생들을 돌봤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테드 립만 주한 캐나다 대사는 대사관이 보관해온 스코필드 박사의 유품들을 호랑이스코필드기념사업회에 전달했다. 소아마비를 앓은 그가 쓰던 지팡이, 그가 찍은 제암리 학살사건 사진, 그리고 친필 유언장 등이다. 지난해 그의 손자들이 "할아버지 유품을 한국에 남기고 싶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