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랩 對 압축펀드 '막상막하'

지난해 투자자문사와 연계된 랩 어카운트(자문형랩)가 인기를 끌자 자산운용사는 대항마로 압축형펀드를 잇달아 내놨다. 두 상품은 운용하는 곳은 다르지만,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닮은꼴 운용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문형랩과 압축형펀드 투자 성적표는 어떨까.

◆자문형랩 수익 높지만 차이 미미

12일 현대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자문형랩(현대증권이 판매 중인 7개 상품 기준)은 압축형펀드(6개월 이상된 설정액 10억원 이상 10개 펀드 기준) 수익률을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1~3월)만 놓고 보면 자문형랩은 평균 7.7%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압축형펀드는 7.4%의 수익률을 기록 자문형랩과 수익률 격차가 미미했다. 6개월과 12개월 성과를 보면 자문형랩이 압축형펀드보다 3~4% 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지만, 최근 1개월 성과만 놓고 보면 압축형펀드가 앞서가면서 치열한 수익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문형랩이나 압축형펀드 모두 코스피지수는 물론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을 뛰어넘었다. 올 1분기 코스피지수가 2.7% 상승했고, 주식형펀드가 평균 4.8% 수익을 거두는 동안 자문형랩과 압축형펀드는 7%대 수익률을 냈다. 6~12개월 성과를 보더라도 자문형랩과 압축형펀드는 주식형펀드 수익률보다 1~12%포인트 높은 성과를 냈다.

◆안정성은 압축형펀드 높아

수익률에서는 자문형랩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안정성 면에서는 압축형펀드가 우위였다. 7개 자문형랩의 평균 표준편차는 19.8%인 반면 10개 압축형펀드 표준편차는 17%였다. 표준편차가 낮다는 것은 수익률 등락폭이 좁다는 의미로 그만큼 펀드 운용이 안정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편입 종목 수와 투자 스타일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문형랩은 평균 15개 종목을 보유했고, 압축형펀드는 26개 종목을 보유했다. 또 압축형펀드는 대형주를 90.5% 편입한 반면 자문형랩은 대형주를 78.9% 편입해 압축형펀드의 대형주 투자 비중이 높았다.

◆마지막 승자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는 점은 같지만 두 상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문형랩은 폭락장에서 주식을 모두 팔 수 있다. 또 한 종목에 100% 투자도 가능하다. 하지만 압축형펀드는 공모펀드 규정을 적용받는다. 펀드 자산의 10%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없고, 하락장에도 주식 보유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 또 자문형랩은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압축형펀드는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는 분기마다 나오는 운용보고서를 봐야 한다.

당장 어느 한쪽의 우위를 점치기는 힘들다. 두 상품이 인기를 끈 게 불과 1년 남짓이어서 장기 성과 검증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국내 증시가 대형주 위주로 꾸준히 상승하면서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스타일의 상품이 유리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현대증권 배성진 연구원은 "1분기 수익률은 자문형랩이 다소 우위를 보지만 자문형랩이나 압축형펀드는 하락장이나 오르내림이 큰 장을 겪어봐야 제대로 된 옥석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나대투증권 서경덕 연구원은 "자문형랩와 압축형펀드를 굳이 갈라 생각하지 말고, 투자 스타일과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택 능력을 보고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