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변수에 빨간불이 켜지면 그때가 바로 주식시장 떠날 때

기다리던 기회인가, 아니면 절망의 시작인가.

2100선에 안착하며 탄탄한 흐름을 보여왔던 코스피지수가 12일 1.55% 하락하며 숨을 골랐다. 투자자들은 기로에 섰다. '좀 더 기다렸다 팔겠다'며 펀드 환매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은 혹시 때를 놓친 건 아닌지 불안하다. 반면 최근 주가 급등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지금이 바로 매수 적기가 아닌지 망설여진다.

증권가에선 아직까지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조정'이라는 낙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현 장세는 돈의 힘으로 끌어올린 신기루 장세'(오재열 IBK투자증권 팀장)이기 때문에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보수적인 의견도 흘러나온다. 우리 증시에 우호적이었던 환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가격 변수든 위험 수위를 넘어서게 되면 주가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다음 4가지 변수들에 적색 경고등이 켜지면 주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①미국 실업률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선 미국 실업률이 화제였다. 미국 실업률이 급등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지난 3월 미국 실업률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8.8%를 기록했다. 2009년 3월(8.6%) 이후 최저치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실업률 하락 뉴스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이 출구전략(유동성 회수 조치)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실업률 때문이었는데, 실업률이 낮아지면 출구전략에 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올리게 되어 뭉칫돈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게 된다면 증시 급락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강 팀장은 "미국 실업률이 8%대 중후반에서 움직여 주는 것이 투자자들 입장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만약 7%대 후반에 진입하게 된다면 주식시장 조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점쳤다.

②국제 유가

국내 증시는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국제 유가를 어느 수준까지 소화해낼 수 있을까. 전문가마다 의견은 다소 엇갈리지만, 유가 임계치(한계)를 배럴당 120달러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120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국내 증시에 오르내림이 심해지면서 깊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가 120달러 선을 넘어서게 되면 항공사처럼 유가에 민감한 업종은 영업이익이 적자로 반전되는 등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지금부터 서서히 고유가 역풍에 대비해야 한다"며 "고유가로 기업들의 비용 지출이 늘어나면서 2분기 실적도 발목 잡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유가에 대비하려면 투자 전략도 '밀리면 사자'에서 '올라가면 줄인다'로 바꿔야 한다고 윤 팀장은 덧붙였다. 하지만 유가가 120달러 수준까지 오르더라도 완만한 속도로 상승한다면 증시에 내성(耐性)이 생겨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③환율 1000원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는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한 외국인들이 주도했다. 지난 11일까지 외국인들은 19일(거래일 기준) 연속 순매수 행진을 계속했다. 우리나라 기업 실적이 좋다는 점이 외국인들을 끌어들인 주된 요소이지만, 단기간의 환차익을 노린 자금(핫머니)도 적지 않게 섞여서 유입되었다는 것은 쟁점이었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유입된 자금 중 58%가 단기 성향이라는 금융당국 발표도 있었다. 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물가상승 부담을 덜기 위해 원화 강세를 용인한다는 분위기를 외국인들이 간파한 것 같다"며 "환율 1000원이 지켜지느냐 아니냐가 코스피 시장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외국인이 변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얘기다.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원화 강세)해서 1000원대를 찍는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일시에 돈을 빼내면서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④금리 인상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이 3년래 처음 금리를 올리고 중국도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올 들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장에 쏟아부었던 돈을 거둬들이지 않으면 자산 가격을 밀어올려 또 다른 버블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올해 2~3차례 정도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연말쯤에는 3% 후반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예상을 뒤엎고 한국은행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린다면, 가계부채가 8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중금리는 높게 형성되지 않고 있어 금리 인상 충격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연 3%대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